'메달밭 쇼트트랙을 지켜라.'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쇼트트랙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여자 쇼트트랙은 2년 전부터 중국에 힘이 부치는 모습이고,남자도 다른 나라 선수들의 도전이 거세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이 거머 쥘 예상 금메달의 절반인 3개 정도를 책임질 분야가 바로 쇼트트랙이다.

대한체육회는 남자 1000m,1500m,5000m 계주에서 이호석(24 · 고양시청) 성시백(23 · 용인시청) 이정수(21 · 단국대)에게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간판' 이호석의 어깨가 무겁다.

그는 대표팀 막내로 참가한 2006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선배 안현수에게 밀려 1000m와 1500m에서 은메달에 그쳤고 단체전에서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에선 안현수가 부상으로 빠져 대표팀의 맏형이자 에이스 역할을 하게 됐다. 그는 설날인 14일(한국시간) 주종목인 1500m에 출전한다.

이 종목에서 2008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데 이어 2009세계선수권대회에선 금메달을 땄고,지난해 9월과 10월 열린 월드컵 1,2차대회에서도 2위와 1위를 차지해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안현수와 이호석의 그늘에 가렸던 성시백도 밴쿠버에서 금메달 주역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성시백은 2004~2005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2차대회에 출전하며 태극마크를 달았으나 들쭉날쭉한 성적으로 토리노올림픽에서는 뛰지 못했다.

와신상담 끝에 2007토리노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 500m부터 5000m 계주까지 6개 종목을 석권하는 신화를 썼다. 성시백은 모든 종목에서 고른 기량을 갖춘 데다 한국 선수 취약 종목인 500m에서도 강세를 보이는 게 장점이다. 그는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아웃코스 추월'에 나설 작전도 세워뒀다.

올림픽에 처음 출전하는 이정수도 밴쿠버에서 신화 창조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각오다. 이정수는 지난해 11월 밴쿠버올림픽 예선을 겸해 치러진 2009~2010시즌 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대회 1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AP통신은 1000m와 1500m에서 올 시즌 월드컵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정수가 올림픽에서 개인 두 종목과 5000m 계주 등에서 3관왕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남자 대표팀의 경쟁자로는 '숙적' 안톤 오노(미국)와 홈링크의 찰스 해멀린(캐나다) 등이 꼽힌다. 우리 선수들은 이들에 비해 기술 관록 기록에서 앞서지만 텃세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 될 듯하다.

여자팀은 2년 전 '왕멍-저우양 듀오'에 내준 정상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각오다. 특히 3000m 계주에서 '파워 강자'로 불리는 세계 1위 왕멍과 신예 저우양에 맞서 이은별(19 · 연수여고) 박승희(18 · 광문고) 조해리(24 · 고양시청) 등이 메달사냥에 나선다.

총 8개 금메달 걸려…작고 빠른 亞 선수 유리

거리 111.12m의 타원형 트랙에서 펼쳐지는 쇼트트랙은 기록으로 순위를 정하는 스피드스케이팅과 달리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는 선수가 우승컵을 거머쥔다.

쇼트트랙은 올림픽에서 남녀 개인전 종목(500 · 1000 · 1500m)과 계주(여자 3000 · 남자 5000m) 등에 8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기록 경기가 아닌 만큼 상대 선수를 견제하는 노련한 경기 운영과 순간적인 기회를 놓치지 않는 순발력이 순위를 좌우한다. 이 때문에 스케이팅 강국인 북유럽과 북미 선수들보다 체격이 작은 아시아 선수들이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한국이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따낸 17개의 금메달도 모두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같은 나라 선수는 동일한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몸싸움은 일부 허용되지만 상대 선수를 밀거나(임피딩),뒤에 있는 선수의 진로를 방해(크로스 체크)하면 실격이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선수의 스케이트 날이 들리거나 몸을 날려도 실격 처리된다.

김진수/김주완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