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샷이 잘 맞지 않아도 실망하지 마세요. 잔디에만 올린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치세요. OB가 나거나 해저드에 빠지지 않는 한 드라이버샷이 스코어에 치명타를 주지는 않아요. 진짜 골프 실력은 세컨드샷과 100야드 이내 어프로치샷에서 판가름납니다. 드라이버샷에서 실수해도 먼저 온그린하면 상대방을 압박할 수 있어요. "

드라이버샷에 대한 배경은(25 · 볼빅)의 설명을 듣자 마음이 푸근해졌다. 사실 아마추어 골퍼에게 드라이버샷은 가장 큰 골칫거리다. 첫 홀 티잉그라운드에서부터 기가 죽을 수밖에 없는 게 바로 골프다. 그런데 드라이버샷이 중요하지 않다니,이건 무슨 '시추에이션'인지.

부드러운 스윙으로도 드라이버샷 거리가 260야드를 넘나드는 배경은은 먼저 '황당한' 에피소드로 레슨을 시작했다. "3년 전 브리티시여자오픈 때 드라이버샷이 훅이 나서 남자 갤러리 머리를 맞혔어요. 모자도 안 쓴 그 갤러리는 머리에 피가 나 병원으로 후송됐어요. 불행 중 다행이랄까요. 그 볼은 머리를 맞고 50야드 정도 앞으로 나가 그린 주변에 떨어져 버디를 잡았어요. 라운드가 끝난 뒤 죄송하다는 마음을 담은 카드를 보내줬는데 그 남성이 지금은 제 열혈 팬이 됐어요. "

배경은은 드라이버샷 거리를 늘리려면 헤드 무게를 이용한 타이밍과 리듬감을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헤드 무게를 느끼려면 그립을 가볍게 쥐어야 한다. 캐디가 건네주는 드라이버를 받을 때 손에 들어간 힘의 세기로 그립을 잡으면 된다. 티를 왼발 안쪽 연장선상에 꽂은 뒤 테이크어웨이(클럽을 뒤로 빼는 백스윙 초기 동작) 때 클럽헤드를 오른발 부분(30㎝)까지 낮게 뒤로 민다는 느낌이 들면 좋다고 했다.

배경은은 '슬로-슬로-퀵' 리듬의 스윙 템포를 강조했다. 백스윙과 다운스윙은 자연스럽고도 천천히 해야 하지만 임팩트와 그 후는 스윙 스피드가 빨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마추어들은 그 반대다. 빨리 휘두르면 멀리 간다고 생각해 백스윙 때부터 급해진다. 드라이버는 샤프트가 다른 클럽에 비해 길어 빠른 백스윙과 다운스윙을 하면 오히려 전반적인 스윙 스피드가 줄어들게 마련이다. 임팩트 후 클럽헤드가 지나가는 것을 본다는 느낌을 가지면 헤드업(head-up)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꼬집은 아마추어들의 드라이버샷 실패요인은 체중이동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볼을 띄우기 위해 흔히 체중을 오른쪽에 둔다. 퍼올리려고 하니까 오른쪽에 체중이 남아 있는'리버스 피봇'(reverse pivot) 현상이 나타난다. 이럴 경우 일찍 손목이 풀리면서 볼은 멀리 가지 않고 방향도 불안해진다. 체중이동을 원활하게 하려면 테이크어웨이 때 머리가 오른쪽으로 안 밀리도록 하고 오른발 뒤꿈치를 살짝 들고 연습해도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스윙 축인 머리를 오히려 조금 왼쪽으로 기울인다는 느낌으로 백스윙과 다운스윙을 하면 자연스럽게 체중이 오른발에서 왼발로 이동해요. 이렇게만 해도 10야드는 더 날아갑니다. "

스탠스를 어깨 넓이보다 더 크게 취하면 스윙 궤도가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 아마추어들은 스탠스를 좀 줄이는 것이 장타에 도움이 된다고 그는 주장했다. 스탠스가 넓은 것보다 좁은 것이 어깨회전에 유리하기 때문이란다. "미PGA투어 프로들도 어깨 넓이를 기준으로 편안할 정도만 벌립니다. 아마추어는 프로보다 하체근육이 덜 발달했고,힘도 적어 두 발의 간격이 좀 좁은 게 어깨나 허리 회전에 도움이 될 수 있어요. "


정리=김진수/사진=강은구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