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5개월여 앞두고 현지에서 전지훈련 중인 축구대표팀이 최종 엔트리 확정을 위한 `옥석 가리기' 과정에서 적잖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3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루스텐버그의 로열바포켕 스타디움에서 현지 프로팀인 플래티넘 스타스를 상대로 새해 들어 두 번째 모의고사를 치렀으나 졸전 끝에 0-0으로 비겼다.

허정무 감독은 전훈 멤버 25명 중 골키퍼 이운재(수원), 김영광(울산)과 허벅지를 다친 공격수 하태균(수원)을 제외한 22명을 총가동하며 스리백을 실험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초라한 성적표에 고개를 숙였다.

지난 10일 잠비아와 평가전 2-4 완패에 이은 두 경기 연속 무승(1무1패) 행진으로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을 노리는 한국으로선 출발이 좋지 않다.

물론 허정무 감독은 승패를 떠나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한다고 밝혔지만 무기력한 공격과 불안한 수비, 골 결정력 부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이와 함께 고지대 경기에 따른 급격한 체력 소모와 월드컵 공인구인 자블라니 적응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미완'으로 끝난 3-5-2 전술
허정무 감독은 전날 자체 연습경기에서 예고한 것처럼 스리백을 바탕으로 한 3-5-2 카드를 들고 나왔다.

스리백 수비라인에는 왼쪽부터 김근환-조용형-김형일을 차례로 배치했다.

이영표(알 힐랄), 김동진(제니트), 차두리(프라이부르크) 등이 전지훈련에 불참하면서 좌우 풀백 자원이 부족한 데다 아프리카 팀 대응력을 높이려는 차원이라는 게 허 감독의 설명이다.

허 감독이 3-5-2 전술을 구사한 건 지난 2008년 6월 투르크메니스탄과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이후 19개월 만이다.

2007년 12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허 감독은 취임 후 첫 A매치였던 2008년 1월 칠레와 평가전에 3-5-2 전형을 선택했지만 0-1 패배를 당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스리백에는 조성환-조용형-곽태휘가 섰다.

조용형이 주축을 이룬 수비진은 효과적인 협력 수비를 보여주지 못했다.

전반 18분에는 플래티넘의 브래들리 그로블러에게 순간적으로 뚫려 실점 위기를 맞는 아찔한 순간을 연출했다.

다행히 그로블러가 한 템포 늦어 헤딩슛하지 못했다.

포백 수비에 익숙했던 우리 수비수들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고 오버래핑에 의한 측면 크로스도 많이 나오지 않았다.

대표팀은 전반에 맥 빠진 경기가 이어지자 후반에는 4-4-2 전형으로 변환했다.

포백 라인에는 왼쪽부터 박주호-이정수-강민수-오범석이 늘어섰다.

허 감독은 경기 후 "전반에 스리백을 세워 상대 공략에 역점을 뒀는데 나름대로 장점이 있었다.

아프리카 팀을 맞아 상대 뒷공간을 잘 이용했고 그 다음에 마무리나 연결이 안 됐던 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오른쪽 측면 수비를 책임졌던 오범석은 "전반에는 (스리백의) 윙백을 봤는데 왔다갔다하느라 힘들었고 생소했다.

후반에는 익숙한 포백이라서 쉬웠다"며 스리백 전술 적응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해결사 부재 `아쉬워'
허정무 감독은 경기 후 공격수들의 마무리 부족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그도 그럴 것이 새해 두 차례 A매치에서 공격수들이 시원한 골 소식을 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 전반에는 염기훈과 이승렬이 3-5-2 포메이션의 공격 쌍두마차로 나섰다.

애초 투톱에 하태균과 이승렬이 설 예정이었지만 하태균이 왼쪽 허벅지 근육을 다쳐 전력에서 이탈하는 바람에 염기훈이 대타로 선발 출격했다.

그러나 염기훈과 이승렬은 위협적인 슈팅을 날리지 못한 채 수비수들의 벽에 막혀 고전했다.

후반에 투톱으로 교체 기용된 김신욱과 노병준 듀오도 몇 차례 슈팅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고질적인 골 결정력 부족을 드러냈다.

특히 장신(196㎝)의 타깃형 스트라이커인 김신욱은 후반 2분 상대 문전에서 골키퍼와 1대 1로 마주한 상황에서 로빙슛을 날렸으나 공이 떠 크로스바를 넘었다.

허 감독은 후반 30분 김신욱 대신 이동국을 기용했으나 이동국 역시 골잡이로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10일 잠비아와 2-4 패배 때 두 골을 넣은 건 미드필더인 김정우와 구자철이었다.

지난해 K-리그에서 득점왕에 올랐던 이동국은 A매치에서 4년 가까이 득점포 침묵을 지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김신욱과 함께 타깃형 스트라이커로 주목을 받았던 하태균이 허벅지 근육 파열로 11일 조기 귀국해 공격수 주전 경쟁에 김이 빠졌다.

허 감독은 "마무리와 연결이 부족했다.

좋은 찬스를 만들어가면서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며 해결사 부재를 아쉬워했다.

허 감독은 마땅한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없다면 스피드가 빠른 박주영(AS모나코)-이근호(이와타) 조합을 낙점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득점력 빈곤에 시달리는 한국으로선 시원하게 상대 골망을 흔들어줄 골잡이 부재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루스텐버그<남아프리카공화국>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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