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아시안게임 오기 생긴다"

수영 스타 박태환(21.단국대)을 특별히 지도할 호주 국가대표팀 감독 출신 마이클 볼(48.호주) 코치가 박태환의 부활을 자신했다.

박태환의 기술 향상을 책임질 전담 지도자로 선임된 볼 코치는 8일 입국해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박태환, 노민상 경영대표팀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11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릴 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이 다시 정상에 우뚝 설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볼 코치는 먼저 인사말에서 "(박태환이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딴) 2007년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 때부터 지켜봤다. 어린 나이에도 좋은 성적을 내 감탄했다. 강한 정신력을 가진 선수다. 그와 함께 일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좌절을 맛본 박태환도 "장거리 쪽에서 세계적인 지도자를 만나 영광스럽다.

마음가짐이 또 새롭다.

좋은 인연이 돼 올해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며 볼 코치와 만남을 반겼다.

박태환은 "장기 목표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이겠지만 지금 당장 집중하는 것은 아시안게임이다. 다시 웃을 수 있는 경기를 보여주고 내가 원한 성적을 내고 싶다"면서 "작년 로마 대회에서는 페이스가 원활하지 못해 아쉬웠다. 레이스를 어떻게 이끌지, 장거리 종목에서 중요한 턴 동작 등을 볼 코치로부터 많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또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이제 오기도 생긴다. 노력하면 결과는 배신하지 않는다. 아시안게임에서 같이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제자 스테파니 라이스가 3관왕(여자 개인혼영 200m와 400m, 계영 800m)을 차지하면서 올해의 호주 수영 코치상을 받고 실력을 인정받은 볼 코치는 기자회견 후 바로 태릉선수촌으로 이동해 박태환의 훈련 장면을 직접 지켜봤다.

볼 코치는 9일 돌아가 이달 중순부터 호주에서 진행될 전지훈련부터 박태환을 지도한다.

박태환은 오는 16일 볼 코치의 수영 클럽이 있는 호주 브리즈번으로 떠난다.

볼 코치는 박태환이 보완해야 할 점을 묻자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다.

딱히 약점은 없다고 판단된다.

자유형 400m, 800m와 1,500m를 뛰는 선수로 스피드와 체력 모두 비교적 탁월하다.

200m와 400m에서는 굉장히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

올 11월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파악해 보완하도록 하겠다.

지난 2, 3년 동안 보여준 모습을 보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선수다"라며 발전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박태환이 어느 종목에 집중하는 것이 낫겠느냐'는 물음에는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박태환과 직접 대화해 결정할 문제다. 편하게 느끼는 종목을 선택하는 것이 우선이다. (은퇴한 호주 수영 영웅) 그랜트 해켓처럼 세 종목 모두 소화한 선수의 표본도 있고 박태환이 올림픽에서 보여준 뛰어난 성적을 고려하면 모든 종목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박태환의 선택에 달렸다"고 답했다.

노민상 감독과 박태환의 모든 훈련 일정을 공유하고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인 볼 코치는 역시 호주 출신 데니스 코터렐 코치로부터 지도를 받는 박태환의 맞수 장린(중국)을 비교해달라고 하자 "장린도 뛰어난 선수다. 하지만 박태환이 스스로 해내고 훈련과 결과로 보여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선수를 의식해 훈련 스케줄을 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자 스테파니 라이스의 예를 들면서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할 때 경쟁자가 있었는데 그를 의식한 훈련 프로그램보다는 스테파니가 스스로 전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좋은 성적을 냈다. 박태환과도 훈련하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지훈련 중 2월 호주 국내 대회에 박태환을 참가시킬 계획인 볼 코치는 "일단 경기를 해본다는 것에 의의를 두려고 한다.

몸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11월까지 장기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꾸준히 훈련하면서 대회에 참가해 경쟁력을 키우고 몸 상태를 체크할 계획"이라면서 "내 수영 철학은 너무 많은 휴식은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해 강도 높은 훈련을 예고했다.

한편 볼 코치와 호흡을 맞출 노민상 감독은 "볼 코치의 영입은 한국 수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볼 코치에게 '아시안게임 때 신나게 놀아보자'며 꽹과리를 선물한 노 감독은 "미국보다 호주가 중장거리 쪽에서 강하다. 미국은 선수에게 너무 많은 자유를 주는데 호주는 우리처럼 규율을 강조하는 면도 있다"며 볼 코치와 `찰떡궁합'의 호흡을 기대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