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전이 벌어지거나 사활이 걸렸을 때 수순을 그르쳐 타개에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하수는 맛을 없애서 지고 상수는 맛을 아끼다 진다'는 말도 수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백이 전보에서 사석의 맥점을 발견해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상황에서 기회를 놓친 것도 수순을 뒤바꿔 흑진의 맛을 없앴기 때문이다. 백은 좌중앙 흑마의 공격에 초점을 맞추고 적절한 수를 찾으려 고심하다가 지나는 길에 36과 37을 문답했으나 시기가 빠른 느낌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참고도1'과 같이 귀에서 둥지를 트는 수단이 남아 있었던 곳인데 뒷맛을 없애 아까운 느낌이 든다. (흑이 36에 두어도 참고도의 수단이 남아 있다) 이정원 2단은 38로 흑마를 공격하면서 좌하귀를 굳혀 실리의 균형을 맞추려 하며 상변에서 전과를 올린 흑은 49까지 견실하게 대응하면서 중앙 대마의 안정에 신경을 쓴다. 우변 백50의 갈라침은 당연한 자리.

흑51에 백은 52로 잠행을 하면서 흑의 동태를 살핀다. 흑 53,55는 변을 중시한 변화지만 '참고도2' 흑1로 헤딩하여 귀를 확보하고 선수를 뽑아 흑7로 우상변의 요소를 차지하는 것이 간명해 보인다. 백의 제일감은 어디일까.



노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