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팬들은 '초롱이' 강초현(27 · 갤러리아사격단)이 2000년 시드니올림픽 10m 여자공기소총 부문에서 마지막 한 발을 실수하는 바람에 금메달을 놓친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왜 실수가 나왔을까.

그는 "점수는 경기를 마친 뒤 확인했지만,결승전이라는 부담감에 많이 떨린 게 사실이에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또 경험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긴장감이 밀려왔고 마지막 한 발 때는 긴장의 강도가 두 배로 커졌던 것 같아요. 우승에 대한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어느 순간 머릿속에 들어와 있어서였는지 마지막 한 발을 아주 어렵게 쐈어요"라고 회상했다.

사격과 양궁은 마지막 한순간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같은 메이저대회에서,특히 결승전이면 긴장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선수들은 '자세를 잡고 호흡을 멈추며 정조준을 한 뒤 그 상태에서 격발한다'는 기본 원칙을 따르지만 스코어는 제각각이다.

긴장의 순간에 대처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훈련만으로 집중력이 키워지는 건 아니다. 송희성 갤러리아사격단 감독(47)은 "마인드 게임인 데다 선수들이 긴장하는 상황이 모두 달라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게 만드는 모범 답안은 없다"고 설명했다.

양궁이나 사격선수들이 시도하는 집중력 훈련은 참선 · 단전호흡 등은 물론 격자판에 새겨진 숫자를 순서대로 찾기,회전 원판 초점 맞추기,목표물 초점 주시하기 등 다양하다.

김병현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56)은 "사격이나 양궁에서 집중력은 잡념을 버리고 '지금 여기에(Now and Here)'에 온 정신을 모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사격(격발) 때 여러 가지 동작을 생각하면 안 되고 스스로의 감각을 믿고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에는 선수들이 하나의 단서를 잡아 그곳에만 집중하는 '기술적인 큐(cue)' 방법을 많이 쓴다. 양궁에서는 활시위를 당길 때 어깨근육에 집중한다든지 활시위가 입술에 닿는 것에 신경 쓰고,사격에서는 선수에 따라 격발 혹은 조준에 더 신경을 쏟는다는 얘기다.

선수들만의 독특한 반복 행동인 '루틴'을 만들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도 긴장감을 줄여준다. 장영술 대한양궁협회 기술이사(49)는 "선수에 따라 10분 전에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5분 전과 3분 전,사격에 임할 때 해주는 말들을 미리 만들어 놓는다"며 "평소에 상황을 단순화한 뒤 무의식적으로 실천에 옮기는 게 집중력을 키우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일종의 혼잣말인 자화(自話)도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긴장의 순간에 '나는 잘할 수 있어''목표만 바라보고 쏘는 거야' 등을 되뇌는 것이다.

대회 장소를 비슷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긴장의 강도를 크게 떨어뜨린다. 2008년 중국 베이징올림픽을 맞아 국가대표 양궁팀은 장내 아나운서 목소리,중국어로 말하는 관중 등이 등장하는 환경에서 연습했다.

이미지 트레이닝도 긴장감을 조성하거나 이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강초현은 "연습 때는 올림픽 금메달 단상에 서서 태극기가 걸리고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상상을 자주 해요. 경기가 종료돼 금메달을 딴 뒤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죠"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