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얼바인에서 '데이비드레드베터 골프아카데미'(DLGA)를 운영하는 원정범 사장(42).지난해 하반기 집 근처 골프장에서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우승자 대니 리(19 · 이진명),아들 원상영(15) 등과 라운드를 했다.

원 사장은 1번홀(파4)에서 티샷은 잘쳤지만 두 번째 샷이 뒤땅치기가 되면서 볼이 벙커에 빠져 보기를 범했다. 반면 드라이버샷을 원 사장보다 100야드가량 더 날린 대니 리는 두 번째 샷을 홀에 붙여 탭인 버디를 기록했다.

아빠의 플레이에 실망한 아들 입에서 "대니 형 치는 것을 구경만 하시는 것이 어때요?"라는 말이 나왔다. 그 말에 자극받은 그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며 이를 악물었다. 그날 스코어는 어떻게 됐을까. 원 사장이 버디 8개를 잡고 5언더파 67타를 기록하며 대니 리를 3타 앞서는 이변(?)이 벌어졌다.

원 사장은 어렸을 때 테니스로 제압했던 친구들이 해외 유학을 다녀온 뒤 골프로 반격한 1995년 봄 골프에 입문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교통사고를 당해 진로 수정을 고민할 때였다. 그해 4월 남성대CC에서 스코어 계산을 하지 못할 정도로 만신창이가 된 게 첫 라운드의 기억이다. 곧이어 1개월가량 쉴 새 없이 연습한 뒤 비디오 카메라로 본인의 스윙을 찍어보고 크게 실망했다. "존 데일리보다 더 오버스윙해 화가 머리 끝까지 났죠."

그 이후 골프 관련 책을 섭렵한 끝에 데이비드 레드베터라는 교습가를 알게 된다. 다른 책들은 개인적인 느낌을 강조한 반면 레드베터는 과학적으로 설명했기 때문.

그해 9월 태광CC에서 6오버파 78타로 '싱글 핸디캐퍼' 대열에 합류하면서 친구들을 평정했다. 연습장에 갈 때마다 비디오 카메라는 필수품이었다. TV 화면에 검은 매직으로 스윙 동작을 그리고 자세를 비교하는 열정의 결과였다.

1996년 여름 미국으로 가족여행을 갔을 때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의 DLGA에서 마침 그곳을 방문한 레드베터를 만났다. 교습서에서 본 내용을 물어보자 이방인의 호기심에 놀란 레드베터는 사흘 동안 직접 그를 가르쳐 줬다.

원 사장은 골프에서 그립과 어드레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타이거 우즈가 폴 에이징거의 그립으로 바꾸면 바로 '보기 플레이어'로 전락할 겁니다. 자신에게 맞는 정확한 그립과 바른 어드레스 자세를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그는 국내 아마추어 골퍼들의 스윙 속도가 느리고 불연속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네가 움직이듯 자연스럽게 스윙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가 레드베터 앞에서 백스윙을 할 때 들었던 말은 "골프클럽이 그렇게 무겁냐.역기를 드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백스윙을 하고 반 박자 쉬고 다운스윙하도록 가르치는 건 어디까지나 레슨 편의를 위해서입니다. 스윙은 말 그대로 휘둘러야 하는데 모양 만들기에 바쁩니다. 스윙 속도가 느려 보이는 어니 엘스도 국내 아마추어가 백스윙할 때쯤이면 피니시까지 끝냅니다. "

퍼트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발걸음에 의한 거리 측량보다 느낌과 스트로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거리 조절은 퍼트 스트로크가 일정한 템포 안에 있어야만 효과를 냅니다. 브레이크를 정확하게 읽은 뒤 스스로를 믿고 친다면 들어갈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