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허덕이는 프로야구 히어로즈가 주축 선수를 다른 구단에 넘겨주고 운영 자금을 마련하는 '선수 장사'에 노골적으로 나서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프로야구 최고 의사 기구인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의 결정을 무시했을 뿐 아니라 다른 구단들은 선수 빼가기에 나서 프로야구가 난장판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LG와 히어로즈는 18일 이택근을 받고 현금 25억원에 포수 박영복과 외야수 강병우 등 2명을 주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사실상 이택근을 현금으로 사고파는 셈이다.

히어로즈 이장석 사장이 지난 14일 "포지션이 중첩되는 선수를 적극적으로 팔겠다"고 선언한 뒤 다른 구단들은 히어로즈가 '선수 장사'에 나서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으로 받아들였고 일주일도 안 돼 이택근을 팔아넘기는 계약이 성사된 것이다.

이 사장은 대형 트레이드를 김시진 감독과 제대로 상의하지 않고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져 내부 갈등은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히어로즈의 에이스인 왼손 투수 장원삼(26)과 이현승(26)도 곧 유니폼을 바꿔 입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문제는 두 가지다.

첫번째는 히어로즈가 '폭탄 세일'을 추진하면서 전력이 급속도로 떨어져 프로야구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히어로즈가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원칙을 무시한 채 트레이드를 시도했다는 점이다.

KBO는 작년 신생구단으로 참가한 히어로즈가 5년 동안 구단 매각을 금지하고 선수 트레이드는 KBO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다.

8개 구단이 모두 합의해 만든 규약이다.

히어로즈가 마구잡이로 선수를 팔아넘겨 다른 7개 구단과 전력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면 프로야구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보고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내건 것이었다.

지난해 히어로즈가 현금 30억원을 받고 장원삼을 삼성에 트레이드하려 하자 KBO는 이 규약을 들어 트레이드를 승인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히어로즈의 선수 장사는 대기업의 지원을 받는 다른 7개 구단이 부추긴 정황이 짙다.

프로야구판을 깰 수 있는 선수 장사를 막아야 한다는 명분보다는 히어로즈의 약점을 이용해 선수 빼가기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히어로즈가 10여년 전 간판선수를 죄다 팔아 껍데기만 남았던 쌍방울의 전철을 밟는다면 사실상 7개 구단만 순위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 돼 흥미가 반감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임에도 각 구단은 전력 보강에 더 열을 올렸다.

이와 함께 히어로즈가 KBO 이사회의 결정을 따르지 않고 전날 미납 가입금 36억원 중 30억원을 15억원씩 나눠 두산과 LG에 서울 가입금 명목으로 먼저 보낸 일도 원칙을 위배한 중대 사안이다.

LG 관계자는 18일 히어로즈가 서울 연고지 입성금 명목으로 15억원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상일 KBO 사무총장은 "지난 9월 제5차 이사회 때 '히어로즈의 미납 가입금 36억원 처리 방안은 추후 이사회에서 논의한다'고 결의했고 각 구단 사장들의 사인도 받았다"며 "KBO에 36억원을 내지 않고 히어로즈가 독자적으로 두산과 LG에 15억원씩 준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LG와 히어로즈, 두산 등을 제외한 다른 구단으로부터 '원칙을 져버린 행위'라는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히어로즈는 먼저 36억원을 KBO 통장에 입금해야 기존 구단과 똑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다.

그 전에는 트레이드를 논할 자격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장은 "사흘전 이장석 대표가 두산과 LG 구단에 돈을 직접 주겠다고 말했을 때도 그래선 안 된다고 말했음에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36억원의 처리 방안에 대해 8개 구단 사장들의 모임인 이사회에서 결정이 내려진 뒤에야 트레이드 승인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태도다.

KBO는 또 설령 히어로즈가 선수를 트레이드할 권리를 얻어도 프로야구 인기 저하를 불러올 심각한 사태라면 승인 여부를 고민하겠다는 태도여서 히어로즈의 '집단 세일'이 현실로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