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운영 미숙 등은 풀어야할 숙제

"담배 한모금만 피워 봅시다"
한국여자핸드볼대표팀 이재영 감독은 지난 5월 일본에서 열린 한일 친선경기가 끝난 뒤 이렇게 말했다.

도저히 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일본에 27-32로 완패한 이재영 감독은 8년이나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며 한숨을 쉬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눈물나는 투혼으로 동메달을 땄던 한국여자핸드볼이었지만 이재영 감독이 대표팀을 맡았을 때는 간판스타 오성옥도, 왼손 거포 최임정도 없었다.

하지만 6개월 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대표팀을 꾸린 이재영 감독은 서울에서 열린 SK국제여자핸드볼 그랑프리에서 3전 전승으로 우승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어 12월 중국에서 개막한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 1차리그 통과도 장담 못했던 한국여자핸드볼은 스페인에 1패를 당하기는 했지만 2차리그에 진출,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우승팀 노르웨이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결국 4강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한국여자핸드볼팀은 2년여 앞으로 다가온 런던올림픽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던졌다.

무엇보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얻은 값진 수확은 젊은 선수들의 급성장이었다.

이미 올림픽을 경험했던 센터백 김온아(21.벽산건설)는 장신 선수 한두명은 거뜬히 제치고 골을 터뜨리는 무르익은 개인기를 보여줬다.

처음 태극마크를 단 정지해(24.삼척시청)은 그동안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한 한풀이를 하듯 한 템포 빠른 슈팅으로 상대팀 골네트를 흔들었다.

또 왼손잡이 라이트백 유은희(19.벽산건설)는 180㎝의 큰 키와 높은 점프로 폭발적인 슈팅을 날리며 `거포 부재'라는 주위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고 레프트윙 이은비(19.부산시설관리공단)도 과감한 측면 돌파로 공격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이 젊은 선수들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팀의 주축으로 서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젊은 선수들의 경험 부족에서 나온 경기 운영 미숙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국내 대회에서 장신 골키퍼와 맞설 기회가 없었던 젊은 선수들은 골키퍼와 단독으로 맞섰을 때 득점하지 못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상황에서 오히려 끌려 다녔다.

특히 스페인이나 헝가리, 루마니아 등 중요한 경기에서 1골차 패배 또는 무승부가 나오면서 4강 진출에 실패, 더욱 큰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한국선수들은 개인기는 뛰어났지만 상대팀이 6m 라인 근방에 포진, 기다리는 수비를 펼칠 때 공격을 제대로 풀어나가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 한국 선수들은 중거리슛을 날렸지만 장신 수비수와 골키퍼에게 번번이 막혔다.

이재영 감독은 센터백과 좌우백이 위치를 바꿔가며 상대 수비를 흔드는 세트플레이를 주문했지만 오히려 패스미스를 범하며 역습을 허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재영 감독은 "실력차 때문이 아니라 경험 때문에 빅게임에 (젊은)선수를 과감히 기용할 수 없었다.

젊은 선수들이 실력은 올라와 있는데 경험이 아직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이 이런 부족한 면을 채우려고 많은 시간을 뛰다보니 체력에 문제를 드러냈다"면서도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으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팀이 될 것"이라며 내일을 기약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