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야구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순간을 만끽한 김상현(29.KIA)의 시선은 벌써 2010년을 향해 있다.

2년 연속 홈런왕과 타점왕을 달성하고 싶은 게 김상현의 목표다.

그러기 위해 꼭 배워야 할 게 볼과 스트라이크를 귀신같이 구별할 줄 아는 선구안이다.

김상현은 12일 "최희섭형에게 선구안을 배우고자 15일 경북 포항에서 합동훈련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상현이 올해 119경기, 488타석에서 얻어낸 볼넷은 고작 40개. 반면 미국프로야구에서 뛸 때부터 기가 막힌 선구안을 보였던 최희섭은 131경기, 545타석에서 볼넷 96개를 골라 김상현의 배를 넘었다.

김상현은 초구, 2구부터 적극적으로 스윙을 돌리는 타자. 투수가 수 싸움을 걸기도 전에 먼저 '선방'을 날리는 스타일이다.

정규 시즌에서는 통했지만 한국시리즈 같은 단기전에서는 철저히 약점을 파고든 '현미경 분석'에 무릎을 꿇었다.

김상현은 "한국시리즈에서 많이 배웠다"며 내년을 벌써 별렀다.

그 출발점이 볼넷을 골라 투수를 괴롭히는 능력을 터득하는 것이다.

최희섭이 얻은 볼넷 96개 중 고의 4구가 13개나 있었다.

상대 배터리는 최희섭을 거르고 다음 타자인 김상현을 상대하는 게 더 낫겠다는 작전을 펼쳤으나 그러다 큰 코 다쳤다.

김상현은 최희섭을 거르고 자신과 상대할 때마다 무수한 만루포를 쏘아올려 상대 벤치의 김을 뺐다.

그러면서 타석에서 노림수도 좋아졌고 자신감을 체득, 올해 홈런을 36방이나 터뜨리고 127타점이나 수확했다.

하지만 내년에도 이 상승세가 이어질지는 모두 반신반의한다.

1년간 당했던 상대 배터리가 똑같이 당할 리도 만무하다.

김상현도 주변의 이런 반응을 잘 안다는 듯 실투를 놓치지 않는 훈련을 하고자 15일부터 풀었던 스파이크 끈을 다시 조여매기로 했다.

김상현은 "내년에도 희섭이형 다음에 타석에 들어설 것 같다.

내가 찬스에서 해결을 짓는다면 그것도 좋지만 내 다음에 나오는 타자에게 기회를 준다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꼭 끝내겠다는 욕심보다도 삼진을 줄이고 볼넷을 골라 찬스를 이어간다는 각오로 시즌을 맞이할 것이다"고 말했다.

변화구에 큰 약점을 보였던 김상현은 이제는 다양한 변화구를 골라서 받쳐 때릴 줄 안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성장했다.

지금 필요한 건 정교함이다.

15일부터 연말까지 구룡포 앞바다에서 김상현은 교본으로 삼은 선배 최희섭과 함께 바람을 가르고 산을 타고 대화를 나누며 스윙과 참을성을 배워갈 참이다.

김상현이 최희섭처럼 고의4구를 얻어낼 타자로 변모한다면 김상현 다음에 나설 나지완이나 안치홍 같은 또 다른 슬러거들이 득을 볼지 모른다.

강한 팀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