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때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종목에 대한 일부 팬들의 응원 행태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종목의 고유색을 무시한 열성적인 응원이 오히려 부작용을 내고 있다는 것.
12일 체육계에 따르면 최근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경기는 장미란(26)이 출전한 고양 세계역도선수권대회와 김연아(19)가 열연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시니어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이다.

장미란은 지난달 28일 용상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합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세계선수권대회 4연패라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경기 후 인터뷰에서 "다음에는 세계선수권대회를 한국에서 안 했으면 좋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응원이 부담스러웠다는 말이다.

장미란은 역도에 입문하고 나서 처음으로 인상과 용상에서 모두 1차 시기를 실패하고 말았다.

당시 경기에서는 관중은 인상과 용상에서 바벨을 들어올리는 단계마다 우레같은 갈채를 쏟아냈고, 흥분한 어린이들은 경기 중에 피리를 마구 불어 예리한 소음까지 냈다.

선수가 심봉을 잡고부터 심판이 성공이나 실패를 판정하기까지 절대 침묵하는 것은 역도 응원의 불문율이다.

올림픽 같은 대회에서는 경기가 진행될 때는 자연스럽게 방음실 같은 적막이 형성돼고 `차르륵 차르르륵'하는 카메라 셔터 소리만 들릴 뿐이다.

소리를 냈다가는 경기 방해로 간주해 관중의 집단 눈총을 맞거나 운영 요원에게 경고를 받기 십상이다.

김연아 또한 지난 5일 그랑프리 파이널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피겨 스케이팅은 응원보다는 관람을 하는 스포츠인 만큼 일방적인 응원보다는 내 연기에 집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점프 동작 때마다 일부 관중이 소리를 지르는 통에 집중력이 떨어져 리듬이 깨지는 사태가 불거진다는 우려를 토로한 것.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트리플 플립 점프를 실패하고 석연찮게 불리한 판정까지 겹쳐 2위에 머물렀다.

프리스케이팅에서도 두 차례 점프를 실수했지만 다행히 나머지 연기를 안정적으로 펼쳐 역전 우승했다.

한 스포츠팬은 장미란의 세계선수권대회 경기와 관중의 응원을 고스란히 담은 영상물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고는 이 같은 `엇박자 응원'을 비난하기도 했다.

이 스포츠팬은 영상물의 상황별 자막에서 "축구장이 따로 없다.

미치겠다.

세계신기록이네. 이것은 기적이다"라고 말했다.

세계적 스타로 우뚝 선 선수에 대한 사랑만큼이나 종목 특성을 따뜻하게 배려하는 기술적인 응원 문화가 빨리 정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