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형 스트라이커의 백업 요원과 수비진의 세대교체에 신경을 많이 쓰겠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뛰고 싶어하는 국내파 K-리그 선수들의 치열한 생존경쟁이 드디어 막을 올렸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은 10일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 1월 3일 시작해 3주 일정으로 치러지는 국외 전지훈련(남아프리카공화국.스페인)에 대비한 35명의 국내파 후보 명단을 발표했다.

이미 검증이 끝난 유럽파 선수들과 아직 소집공문에 대한 응답이 없는 일본 J-리그 소속 5명의 선수가 모두 명단에서 빠졌지만 올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월드컵에서 활약한 '새내기 스타'들과 올해 K-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낯익은 얼굴들이 대거 포함됐다.

하지만 명단에 이름만 올렸다고 이들이 전부 태극마크를 다는 것은 아니다.

오는 26~27일 이틀간 파주 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체력훈련을 통해 35명의 인원 중 25명 안팎의 선수만 해외 전지훈련에 데려가기로 했다.

이 때문에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소집 대상 선수들에게 몸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차원에서 예정보다 일찍 예비명단을 발표했고, K-리그 구단들의 협조를 얻어 이틀간 체력 테스트를 하게 됐다.

이번 명단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포항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주역인 '백전노장' 노병준(포항)과 올해 U-20 월드컵에서 한국의 8강 진출에 앞장섰던 김보경(홍익대), 구자철(제주), 이승렬(서울) 등 3총사, 수원의 젊은 수비수 이재성 및 울산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 등 '젊은 피'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기존 대표선수들에게 긴장감을 주면서 쓸만한 재목을 건지겠다는 허 감독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허 감독은 "젊은 수비수에게 기회를 줌으로서 기존 멤버들과 경쟁을 시키는 게 필요하다.

또 세대교체를 위해선 계속 발전하는 선수가 대표팀에 있어야 한다"라며 "장신 공격수를 포함한 것 역시 타깃형 스트라이커를 보완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번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재성은 올해 수원 유니폼을 입은 새내기 수비수다.

드래프트에서 수원 차범근 감독이 1순위로 뽑았던 이재성은 187㎝의 장신에 점프력이 좋아 제공권 장악이 뛰어나다는 게 허 감독의 칭찬이다.

이재성은 지난 4월 K-리그 데뷔전에서 코뼈가 부러지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지만 후반기부터 수원의 백업 수비수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예비명단에 뽑혔다.

새로운 스트라이커 자원으로 떠오른 김신욱 역시 올해 K-리그 '루키'로 27경기에 출전해 7골 1도움을 기록했다.

196㎝의 장신을 활용한 포스트 플레이에 능한 김신욱은 이동국(전북)의 백업 자원으로 허 감독의 낙점을 받았다.

허 감독은 "박주영(AS모나코)과 이근호(이와타)는 뛰어난 공격수지만 타깃맨으로서 능력은 그에 못 미친다"라며 "이동국과 하태균을 비롯해 김신욱 등은 제공권이 뛰어나고 체력도 좋다"라고 칭찬했다.

그는 그러나 "제공권과 몸싸움은 기본이다.

무엇보다 상대 수비수를 무너뜨리고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줄 능력이 필요하다"라며 혹독한 경쟁을 주문했다.

또 올해 포항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큰 역할을 했던 '30세 노장' 노병준도 무려 9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 기회를 얻은 것도 눈에 띈다.

노병준은 지난 2000년 4월 아시안컵 1차 예선 때 당시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허정무 감독에게 발탁됐었고, 이후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하다가 9년 8개월여 만에 다시 허 감독의 부름을 받아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기회를 얻었다.

허 감독은 "몇 분을 뛰더라도 지금 같은 모습이나 그 이상을 보여준다면 만족스러울 것"이라며 조커 요원으로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와 함께 올림픽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의 수제자인 구자철과 김보경, 이승렬도 선배들을 상대로 도전장을 냈다.

세 명은 경험은 부족하지만 젊은 패기로 대표팀의 국내파 주전 경쟁 관문을 뚫겠다는 각오다.

남아공 희망봉으로 가는 월드컵호에 승선하려는 예비 태극전사들의 치열한 생존경쟁이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