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표' 부드러운 리더십과 믿음의 축구가 전북 현대의 K-리그 첫 우승으로 꽃을 피웠다.

`강희대제' 최강희(50) 감독이 이끄는 전북은 6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쏘나타 챔피언십 2009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성남 일화를 꺾고 창단 15년 만에 처음으로 K-리그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전북은 정규리그 1위에 이어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이겨 진정한 올 시즌 K-리그 최강 클럽으로 우뚝 섰다.

전북의 창단 첫 K-리그 우승은 `조용한 카리스마' 최강희 감독의 힘이 컸다.

1984년 울산 현대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최 감독은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같은 해 베이징 아시안게임 등에서 대표 선수로도 뛰었다.

1992년 현역에서 물러난 최 감독은 이듬해 독일로 날아가 분데스리가 레버쿠젠과 쾰른에서 본격적인 지도자 수업을 쌓았다.

1995년 수원 삼성에 트레이너로 입단해 1998년부터 코치로 승격됐고, 2000-2001 아시안클럽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르는 것을 지켜보고서 수원을 떠났다.

최 감독은 수원에 몸담은 동안에도 2000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과 2001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데포르티보 등에서 선진 축구를 경험했고, 2002년에는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연수를 계속하는 등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 밑에서 코치 생활을 한 최 감독은 이후 2004년 브라질로 날아갔다.

K-리그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선수 대부분이 브라질 출신이라 브라질 선수들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선진 축구를 접하면서 최 감독은 선수 위에 군림하는 지도자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

최 감독은 2005년 7월 전북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선수와 일대일 대화로 신뢰를 쌓았고, 개개인의 장점을 찾아 극대화하는 것이 감독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지도자보다는 동료로서 선수들에게 다가갔다.

올해 정규리그 최종전이 열린 지난달 1일. 최 감독은 셔츠 안에 미드필더 김형범의 유니폼을 몰래 입고 벤치를 지켰다.

지난해 11월 무릎을 다친 김형범은 8개월 만인 지난 7월 복귀했다.

하지만 경기에 투입되자마자 10분 만에 또 다쳐 올 시즌을 조기 마감한 비운의 선수다.

최 감독은 이날 정규리그 1위를 확정 짓고서 서포터스 앞에서 셔츠를 벗었다.

감독의 깜짝 세리머니에 김형범도 울고, 팬도 울었다.

최강희 감독은 `재활공장장'이라는 애칭이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성남에서 쫓겨나다시피한 공격수 이동국과 수비형 미드필더 김상식을 영입할 때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주전 경쟁에서 밀려 지난해 포항에서 데려온 최태욱과 브라질리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들은 최 감독의 믿음 아래 전북에서 부활의 날개를 폈다.

처음으로 K-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이동국 등은 감독의 믿음 속에서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하면서 전북의 우승 주역이 됐다.

최 감독은 재활공장장이라는 별명에 대해 "나는 그런 면에서 탁월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

다만 선수를 영입할 때는 그 선수와 꼭 식사를 하든지 대화를 한다.

그 선수가 처한 환경과 성격, 장점 등을 보고 영입한다.

나쁜 점은 서로 노력하면 고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슬럼프나 부상 등 환경 때문에 안 좋은 선수는 환경을 제대로 만들어주면 언제든지 제 기량을 발휘할 것이라는 자신이 있다.

함께 노력하고 나의 진실이 선수에게 전달되면 선수들도 움직인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우승 후 이동국도 "감독님은 선수들과 얘기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선수의 상황을 잘 파악하신다"면서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내가 좋은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골을 넣지 못했다.

골에 대한 조바심과 1년 간 준비 잘했는데 마지막 한 게임으로 우승을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있었는데 감독님이 경기 전날 전화를 주셨다.

그리고 `조급해하지 마라. 우리가 우승한다.

네가 골 넣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믿음을 주셔서 큰 힘이 됐다"고 뒷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날 두 골을 넣어 전북을 우승으로 이끈 브라질 출신 에닝요조차도 "운동장 밖에서도 선수를 이해하고 믿음을 심어준다.

경기장 들어가면 감독님을 위해서 뛰어야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다"라며 최 감독의 리더십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강희대제'는 어울리지 않고 선수단 훈련장이 있는 동네 이름을 딴 `봉동 이장'이라는 애칭이 좋다는 최강희 감독.
전북은 최 감독이 부임한 2005년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FA컵 우승팀 자격으로 출전한 200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K-리그 팀으로는 처음으로 정상을 밟았다.

그리고 최 감독의 부드러운 리더십은 3년 만에 다시 빛을 발하면서 1994년 창단 이후 한 번도 K-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던 전북의 오랜 꿈까지 현실로 만들었다.

(전주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