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성지를 만들어라.'

최근 국기인 태권도의 성지로 자리잡을 '태권도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움직임이 발빠르다. 전북 무주에 마련될 태권도공원 조성사업의 첫삽을 지난 9월에 뜬 데 이어 17일에는 세계 태권도 지도자 90여명이 내한해 태권도진흥재단에 관련 기금을 전달했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22명은 지난 20일 태권도공원 조성사업을 더 탄탄히 뒷받침해 줄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태권도공원은 231만4000㎡의 거대한 부지에 연수원,연구소,전시관,체험관 등 기반시설을 갖춰 '태권도의 모든 것'을 담을 예정이다.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서의 위상을 드높이고 대한민국 대표 문화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취지로 추진된 사업.하지만 태권도의 중요성과 인지도에 비해 성지 조성이 오히려 늦었다는 평가다.

몇몇 세계적인 스포츠들은 성지 또는 발상지의 역사가 오래됐다. 유도는 일본 도쿄에 자리한 '고도칸(講道館)'이 성지다. 가노 지고로 사범은 1882년에 고도칸을 세워 일본 유도를 근대 스포츠로 발전시켰다.

중국 무술인 우슈의 고향으로는 중국 허난성 덩펑시 숭산의 '소림사'가 꼽힌다. 520년 남조시대 양나라 무제 때 소림사 승려들이 호신술을 익히기 시작했던 것이 중국 무술의 시초다. 현재 소림사 주변에는 60여개의 무술학교가 있고 연간 3만여명이 수련한다.

테니스의 성지는 영국 런던 교외에 있는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이다. 여기서 열리는 윔블던 테니스대회는 130년이 넘는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이런 전통 때문에 대회 참가 선수들은 의무적으로 흰색 유니폼과 테니스화를 착용해야 한다. 지금까지 개최국인 영국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1977년 여자단식의 버지니아 웨드,1936년 남자단식의 프레드 페리 단 둘뿐이라서 자국 대회에서 자국 선수가 우승하지 못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윔블던 효과'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축구의 성지로는 '축구 종가'인 런던의 웸블리구장을 꼽는다. 1923년에 개장한 웸블리는 특정 프로팀의 홈구장으로 사용하지 않고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잉글랜드대표팀 경기 등이 주로 열린다. 일종의 중립지대인 셈이다. 2007년에는 9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뉴웸블리'구장으로 리모델링해 새로 열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