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일 16번홀까지만 해도 신지애에게 '올해의 선수'가 돌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프로들의 승부는 파3홀에서 결정된다는 속설을 입증이라도 하듯 17번홀(파3)에서 경쟁자 로레나 오초아와 운명이 갈렸다. 17번홀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어려운 홀 중 하나로 악명을 떨치고 있던 곳.

16번홀까지 11언더파로 단독 2위이던 오초아의 17번홀 티샷이 벙커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볼의 위치가 좋지 않아 두 번째샷도 벙커에 머물렀다. 세 번째샷을 홀옆 3m지점에 떨궜으니 잘해야 보기,까딱 잘못하면 더블보기도 눈에 보이는 상황이었다. 뒷팀의 신지애가 지켜보며 웃는 모습이 카메라에 잠깐 잡혔다.

그러나 오초아는 저력이 있었다. 그 쉽지 않은 보기 퍼트를 성공하며 공동 2위를 지킨 뒤 마지막 18번홀(파4)로 향했다.

신지애의 티샷 역시 벙커로 날아갔다. 게다가 오초아처럼 볼의 라이가 아주 좋지 않았다. 오랜 왜글 끝에 벙커에서 쳐낸 볼은 벙커턱을 겨우 넘어 러프에 떨어졌다. 세 번째 샷도 홀을 1.2m나 지나쳤다. '통한의 보기'였다.

위기를 넘긴 오초아는 마지막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4년 연속 올해의 선수 등극 발판을 마련했다. 챔피언조의 신지애는 그린 밖에서 칩인 버디를 시도했으나 볼은 컵을 살짝 비켜갔다. 먼저 경기를 끝내고 신지애의 경기를 지켜보던 오초아는 비로소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