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위(20 · 나이키골프)가 미국LPGA투어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이후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이번이 첫 승이었어? 데뷔한 지 꽤 된 것 같았는데…"였다. 2005년 10월 프로로 전향한 이후 무려 4년 만의 첫 승이다. 프로 골퍼에게 우승은 은퇴 후에도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최고의 영예다. 프로골퍼에게 첫 승은 어떤 의미일까.

올 시즌 프로 무대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국내 남자 선수는 이태규(36 · 슈페리어) 김대현(21 · 하이트) 맹동섭(21 · 토마토저축은행) 류현우(28 · 토마토저축은행) 이기상(23) 등이다. KLPGA투어에서는 이정은(21 · 김영주골프) 이현주(21 · 동아회원권) 이보미(21 · 하이마트) 김현지(21 · LIG)와 LET(유럽여자투어)투어 우승자 서보미(28 · 핑)도 무명의 설움을 벗었다. 미국LPGA투어의 경우 미셸 위를 비롯,최나연(22 · SK텔레콤) 이은정(21) 허미정(20 · 코오롱) 등이 첫 승의 감격을 맛봤다.

이들은 "꿈에 그리던 정상에 오른 뒤 자신감을 얻었다"며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남자 최다승(43) 기록을 보유한 최상호(54 · 카스코골프)는 이와 관련,"첫 승의 의미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라며 "우승을 하느냐,못 하느냐가 프로로서 인생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선수는 마지막 날 우승을 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열린 넵스마스터피스 우승자인 이보미는 "샷도 잘 됐고 파세이브로 위기도 많이 넘겨 우승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니워커블루라벨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맹동섭도 "컨디션이 좋아 첫승을 예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우승 후 달라진 점은 주변에서 많이 알아보는 것이다. 힐스테이트오픈(5월)에서 첫 승을 거둔 이현주는 "골프연습장이나 대회장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많고 사인을 부탁할 때 우승을 실감한다"며 "우승의 성취감을 계속 느껴보고 싶어 욕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자신감이 붙는 것 역시 큰 수확이다. 게다가 우승을 계기로 실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것도 공통점이다. 삼성월드챔피언십(9월)에 이어 하나은행 · 코오롱챔피언십(11월)까지 거머쥔 최나연은 "첫 승의 압박감이 컸지만 이후 한층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한동해오픈(10월) 우승자인 류현우는 "우승한 뒤 여유가 많이 생겼다"며 "주변의 관심과 기대에 부합하려다 보니 당연히 스코어도 더 좋아졌다"고 강조했다. 이현주도 "항상 마음가짐은 열심히 하자는 것"이라면서도 "우승한 뒤 당당해졌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았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대부분 내년 시즌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이보미는 "우승 전에 목표는 상금 순위 '톱10'에 드는 것이었는데 이후 '톱5'(현재 4위)로 수정됐다"며 "내년에는 다승왕과 상금왕을 노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