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황제 우즈, 복귀 후에도 위용 여전

2009년 8월17일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일즐틴 내셔널 골프장 18번홀(파4).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이 206야드를 남기고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친 두번째 샷이 홀 옆 2m에 떨어졌다.

당당하게 그린 위로 올라간 양용은은 주저없이 버디 퍼트를 집어 넣었다.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는 양용은 옆에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고개를 떨군 채 서 있었다.

양용은이 아시아 남자 선수로서 처음으로 미국프로골프(PGS) 투어 메이저대회 PGA 챔피언십의 우승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2008년 12월 열린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힘겹게 통과한 양용은은 시즌 초반 출전권이 없어 대회도 제대로 나가지 못했지만 메이저대회에서 우즈를 꺾는 명승부를 펼치며 한국골프의 위상을 드높였다.

하지만 PGA 투어에서 양용은의 활약은 이미 3월 열린 혼다클래식에서 예고됐었다.

양용은은 혼다클래식에서도 우승, 최경주(39.나이키골프)에 PGA 투어에서 우승한 두번째 한국인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한국 골프사에 이름 석자를 깊게 새겨 넣었다.

양용은은 메이저대회 우승 이후 세계 언론들로부터 `호랑이를 잡은 사나이'를 수식어를 달고 다니면서 PGA 투어에서 한국 돌풍을 일으켰다.

우즈는 비록 양용은에게 일격을 당해 메이저대회 우승컵 없는 한해를 보냈지만 황제의 위상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지난 해 US오픈 우승 뒤 수술대에 올랐지만 복귀 후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며 주변의 우려를 날려 버렸다.

시즌 첫 대회였던 WGC 액센츄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는 초반 탈락해 실망감을 안겨줬지만 3월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우승을 시작으로 PGA 투어에서 6승을 쓸어담았다.

또한 지난 15일 11년만에 호주를 방문한 우즈는 호주 마스터스에서 가볍게 우승, 7개의 트로피를 수확했다.

당연히 상금 랭킹 1위(1천50만달러)를 차지한 우즈는 세계 랭킹 1위의 자리를 굳게 지켰다.

나란히 3승씩을 거둔 스티브 스트리커(미국)와 필 미켈슨(미국)도 선전했지만 1인자의 자리를 넘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양용은의 메이저 대회 우승과 우즈의 성공적인 재기로 들썩였던 한해였지만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선수도 있었다.

한국골프의 간판 최경주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매년 PGA 투어 우승 소식을 전해 줬지만 체중 감량과 이에 따른 스윙 교정이 완성되지 못해 우승컵 없는 한해를 보냈다.

하지만 "재정비를 위해 잠시 착륙했을 뿐이다"며 자신감을 잃지 않은 최경주는 10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시아투어 이스칸다르 조호르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내년 시즌 재도약을 예고했다.

지난 해 PGA 투어에서 2승을 거두며 무서운 영건으로 떠올랐던 재미교포 앤서니 김(24.나이키골프)도 잠잠했다.

앤서니 김은 유럽과 미국의 골프대항전 프레지던츠컵 대회에 미국 대표로 출전,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PGA 투어 우승컵은 없었다.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를 병행했던 앤서니 김은 노력 부족을 절감한 뒤 EPGA 투어 최종전인 두바이 월드매치 챔피언십 출전까지 포기하며 내년에는 PGA 투어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위창수(37.테일러메이드)와 재미교포 나상욱(26.타이틀리스트)은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상금 랭킹 125위까지 주는 내년 투어 카드를 무난히 확보했다.

위창수는 취리히 클래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꾸준한 성적을 내며 상금 랭킹 64위에 올랐고 나상욱은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까지 진출하는 선전을 펼치며 상금 랭킹 19위로 시즌을 마쳤다.

나상욱은 투어 챔피언십 이후 팔 부상 때문에 남은 대회를 포기,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 시즌에 대비할 계획이다.

한편 생애 처음 PGA 투어 무대를 밟았던 재미교포 오승준(27)은 상금 랭킹 220위로 떨어지면서 퀄리파잉스쿨을 준비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