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치고도 파를 세이브한 필 미켈슨(38)이 '라이벌' 타이거 우즈(34 · 이상 미국)와 4년8개월 만의 챔피언조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8일 중국 상하이 쉬산인터내셔널CC(파72)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 HSBC챔피언스(총상금 700만달러) 최종 라운드.챔피언조로 경기를 시작한 두 선수는 미켈슨이 3타 앞선 채 짧은 파4인 16번홀(길이 263m)에 다다랐다. 여느 장타자들처럼 '1온'을 노린 두 선수의 티샷은 그린 왼편 러프에 빠졌다.

미켈슨이 큰 스윙 폼으로 특유의 로브샷을 먼저 시도했다. 그러나 볼은 거의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다. 톱랭커에게서 좀처럼 보기 힘든 '헛친' 장면이었다. 헛쳐도 칠 의사를 가지고 스윙했으므로 1타로 친다. 미켈슨은 세 번째샷을 굴려 홀 5m 지점에 갖다놓은 뒤 어려운 파세이브 퍼트를 성공했다. 미켈슨의 실수를 곁에서 지켜본 우즈는 순간 방심했는지 두 번째샷을 그린 앞 벙커에 빠뜨렸다. 그러나 그 역시 1.5m 거리의 파 퍼트를 성공,장군멍군을 불렀다. 갤러리들의 큰 박수가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두 선수의 승부는 그러나 그 다음홀에서 결정됐다. 미켈슨이 174m짜리 파3홀에서 티샷을 홀 옆 2m에 떨군 뒤 버디퍼트를 성공하며 우즈와 격차를 4타로 벌린 것.미켈슨은 18번홀(파5 · 길이491m)에서 두 번째샷을 물에 빠뜨려 보기를 범한 어니 엘스(남아공)를 1타차로 밀어내며 우승을 확정짓다시피했다.

미켈슨은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시즌 네 번째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엘스는 16언더파 272타로 단독 2위.우즈는 마지막 홀에서 세 번째샷이 그린 너머 물에 들어가는 바람에 12언더파 276타로 공동 6위에 만족해야 했다.

미켈슨은 우즈와 통산 25번째 맞대결 전적을 9승4무12패로 조금 끌어올렸다. 또 최종일 챔피언조 맞대결 전적도 1승1패로 맞추며 우즈와 호각지세를 이루게 됐다. 미켈슨은 2005년 3월 '도랄의 결투'로 불리는 미PGA투어 포드챔피언십 4라운드 때 우즈와 챔피언조로 맞붙어 역전패한 바 있다.

재미교포 앤서니 김(24 · 나이키골프)은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공동 10위,양용은(37 · 테일러메이드)은 최종일 5타를 줄인 끝에 합계 3언더파 285타로 공동 33위를 기록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