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의 한기주(사진)가 '제2야구인생'을 설계하기로 했다. 고질적인 팔꿈치 통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미 존 서저리(Tommy John Surgery)'라는 수술을 받기로 한 것.수술과 재활에 성공한다면 현재 시속 150㎞대를 던지는 그가 160㎞ 이상의 공을 뿌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보통 수술을 받으면 선수생활의 종지부를 찍어야 할텐데 토미 존 서저리는 무엇이기에 선수의 '전투력'을 높여주는 것일까.

토미 존 서저리는 부상당한 팔꿈치에 다른 부위의 건강한 인대를 떼어 붙이는 수술이다. 1974년 최초로 이 수술을 받았던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토미 존의 이름을 땄다. 그는 왼쪽 팔꿈치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당시로선 치료법이 없는 중상이었다.

이에 LA 다저스의 주치의였던 프랭크 조브 박사가 선수생명의 위기를 맞은 토미 존에게 오른쪽 팔 힘줄을 떼다 붙이는 인대접합시술을 제안,수술에 들어갔다. 수술은 대성공.수술 전까지 통산 124승을 거둔 토미 존은 이후 14년간 선수생활을 계속하며 164승을 더 올렸다. 현재까지 조브 박사에게 이 수술을 받은 투수는 무려 1000명이 넘는다.

토미 존 서저리 수술을 받고 재활을 마치면 부상 전보다 직구 구속이 적어도 4~5㎞는 빨라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인대에 함유된 강하고 싱싱한 콜라겐(경단백질)이 더 탄력적으로 근육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수술 소요 시간은 1시간30분 정도로 간단하다. 문제는 재활 과정이다. 재활 기간만 적어도 1년이 걸린다. 새로운 인대가 몸에 적응하고 팔을 예전처럼 마음대로 제어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재활훈련이 뒤따른다. 실전에서 정상적인 구위를 회복하려면 1년 정도 더 필요하다. 올해 말 수술 예정인 한기주의 2010~2012년은 사실상 공백기다.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의 임창용도 토미 존 서저리로 새로 태어난 경우다. 2005년 수술을 받고 2년 동안 국내 리그에서 부진했던 그는 지난해 일본에 진출해 시속 150㎞를 웃도는 강속구를 던졌고 올해는 160㎞에 가까운 광속구를 뿌렸다. 물론 구위를 회복하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거쳤다. 류현진(한화)과 오승환(삼성)도 토미 존 서저리 수술 이후 특급 투수로 거듭났다. 이때 이들의 진가를 알아본 한화와 삼성은 '로또 당첨'에 맞먹는 성과를 얻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