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식장애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재활에 성공하며 지난해 7년 만에 현역에 복귀한 피겨 스케이팅 선수 스즈키 아키코(일본)가 자신의 역대 최고점을 경신하며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첫 우승의 영광을 차지했다.

스즈키는 31일 중국 베이징에서 치러진 2009-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 '컵 오브 차이나'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17.14점을 기록, 전날 쇼트프로그램(59.52점) 점수를 합쳐 총점 176.66점으로 우승했다.

스즈키의 뒤를 이어 키이라 코르피(핀란드.163.27점)가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쇼트프로그램에서 7위로 밀렸던 조애니 로셰트(캐나다.

163.18점)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선전하며 동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3위를 차지했던 세계랭킹 2위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154.18점)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점프 난조에 빠지며 종합 6위를 기록, 그랑프리 1차 대회(6위)에 이어 두 대회 연속 부진한 모습으로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에 실패했다.

또 쇼트프로그램 선두였던 미라이 나가수(미국)는 종합 5위로 밀렸고, 내달 그랑프리 5차 대회에서 김연아(한국)와 맞붙는 수구리 후미에(일본)는 종합 7위에 그쳤다.

쇼트프로그램에서 4위를 차지했던 스즈키는 프리스케이팅에서 두 차례 트리플 러츠가 모두 어텐션 판정(에지 사용에 주의)을 받았지만 스파이럴과 스핀을 모두 최고난도인 레벨 4로 처리하는 등 안정된 연기를 앞세워 117.14점을 따냈다.

이에 따라 스즈키는 쇼트프로그램 점수(59.92점)를 합쳐 총점 176.66점으로 지난 시즌 그랑프리 6차 대회에서 세웠던 자신의 역대 최고점(167.64점)을 9.02점이나 끌어올린 새 기록으로 역전 우승에 성공했고, 시니어 그랑프리 대회 첫 우승의 기쁨까지 맛보는 겹경사를 맞았다.

2001-2002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동메달리스트였던 스즈키는 체중조절에 따른 과도한 다이어트로 섭식장애를 앓았고, 체중이 30㎏대에 체지방이 3%로 떨어지면서 선수 생활을 포기해야만 했다.

하지만 스스로 장애를 이겨낸 스즈키는 지난 시즌 그랑프리 6차 대회에 초청돼 7년 만에 은반에 복귀해 은메달의 쾌거를 달성했고, 이번 시즌 자신의 첫 그랑프리 대회인 '컵 오브 차이나'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인간승리' 드라마를 썼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