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퀸' 김연아(19.고려대)를 지도하는 브라이언 오서(48.캐나가) 코치가 '금메달 제조기' 타티아나 타라소바(62.러시아) 코치를 제치고 특급 지도자로 거듭나고 있다.

18일(한국시간) 새벽 프랑스 파리 '팔레 옴니스포르 드 파리-베르시' 빙상장에서 막을 내린 2009-2010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오서 코치는 '애제자' 김연아(19.고려대)와 애덤 리폰(20.미국)이 나란히 시상대에 오르는 감격을 맛봤다.

김연아는 여자 싱글에서 역대 최고점(210.03점)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지난 시즌부터 시니어 무대에 뛰어든 리폰은 남자 싱글에서 오다 노부나리(일본.242.53점)와 토마쉬 베르네르(체코.229.96점)에 이어 219.96점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리폰의 시니어 무대 첫 메달이다.

이에 따라 오서 코치는 자신의 지도를 받은 두 명의 선수가 모두 시상대에 오르면서 '새내기 코치'의 딱지를 떼고 전문 코치로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

현역 시절 '미스터 트리플 악셀'이라는 별명으로 남자 싱글 무대를 휩쓸었던 오서는 지난 2006-2007 시즌부터 김연아를 지도하면서 코치의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오서 코치는 김연아의 장점을 제대로 키워내고 자신감을 심어주면서 그랑프리 파이널 2연패(2006년, 2007년)와 더불어 그랑프리 시리즈 6개 대회 연속 우승과 4대륙 선수권대회(2009년) 및 세계선수권대회(2009년) 우승의 빛나는 업적을 합작했다.

김연아도 "오서 코치와 처음 만났을 때 쑥스러움을 많이 탔지만 대회 경험이 쌓이면서 성격도 바뀌었다.

지금은 많은 사람 앞에서 연기하는 게 좋아지고 익숙해졌다.

그래서 표현력도 더 좋아진 것 같다"라며 오서 코치의 장점을 설명했다.

특히 오서 코치는 김연아의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를 지도하는 '베테랑' 타라소바 코치와 자존심 싸움에서도 압승을 거뒀다.

아사다는 2008년 3월부터 타라소바 코치와 손을 잡았지만 오히려 성적은 하강곡선을 그렸다.

지난 시즌 그랑프리 첫 대회였던 '에릭 봉파르'에서 167.59점으로 간신히 은메달을 땄던 아사다는 다행히 그랑프리 6차 대회 'NHK 트로피'에서 1위를 차지하고 연이어 치러진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하며 상승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2월 4대륙 선수권대회(3위)와 3월 세계선수권대회(4위)부터 침체에 빠진 아사다는 새 시즌을 앞둔 전초전으로 치러진 2009 재팬 오픈에서 두 차례 트리플 악셀을 모두 실패하며 부진의 늪에 빠졌다.

결국 이번 시즌 첫 대회인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도 트리플 악셀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한 채 힘겹게 연기를 끝내고 김연아와 무려 36점 이상의 점수 차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때문에 일본 피겨계에서는 아사다와 타라소바 코치의 결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결별할 수 있다는 루머도 퍼졌다.

반면 오서 코치와 김연아는 두 개 대회 연속 최고점 기록을 경신하는 '찰떡궁합'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더불어 김연아와 리폰의 안무를 담당한 데이비드 윌슨(43) 코치 역시 오서 코치와 더불어 '오서 사단'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메달 제조기 안무가'로서 명성을 인정받았다.

(파리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