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퀸' 김연아(19.고려대)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여자 싱글 6개 대회 연속 우승을 향해 청신호를 밝혔다.

김연아는 17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프랑스 파리 '팔레 옴니스포르 드 파리-베르시' 빙상장에서 치러진 2009-2010 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역대 최고점(76.12점)에 0.04점 모자라는 76.08점으로 2위 나카노 유카리(일본, 59.64점)에 무려 16.44점이나 앞서 가볍게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금메달 다툼에 나선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는 필살기로 내세운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반)을 1회전반으로 처리하는 치명적 실수를 저지르며 58.96점에 그쳐 3위로 밀렸다.

완벽한 점프와 표현력, 그리고 강한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본드걸'의 치명적인 유혹에 매료된 2분50초였다.

10명의 출전선수 가운데 9번째 순서로 나선 김연아는 숨죽인 관중 앞에서 본드걸로 변신해 한 손을 높이 치켜든 자세로 연기를 시작, 첫 번째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점)를 완벽하게 처리하며 가산점 2점을 챙겼다.

김연아는 연이어 트리플 플립(기본점 5.5점) 점프 역시 1점의 가산점을 받으며 깨끗하게 착지, 지난 시즌 잘못된 에지(롱 에지) 판정을 받으며 실추됐던 자존심을 되살렸고 '정석 점프'의 진수를 보여줬다.

레이백 스핀과 스파이럴 시퀀스도 최고난도인 레벨 4로 처리한 김연아는 더블 악셀(공중 2회전반)에서는 1.8점의 가산점을 받는 깔끔한 점프로 역대 최고점 경신을 눈앞에 두는 듯했다.

하지만 내신 레벨 4를 노렸던 스텝에서 레벨 3을 받은 김연아는 마지막 콤비네이션 스핀을 최고난도인 레벨 4로 마무리하면서 역대 자신의 최고점에 단 0.04점 모자라는 훌륭한 점수로 2009-2010 시즌의 서막을 올렸다.

연기를 마친 후 김연아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기립박수로 환호하는 관중에 인사를 했고, 빙판 밖에서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본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뜨겁게 얼싸안으며 완벽한 연기의 기쁨을 나눴다.

반면 김연아와 '자존심 싸움'에 나선 아사다는 결국 자신의 장기인 트리플 악셀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경기 직전 공식 연습에서 좋은 점프 감각을 보여줬던 아사다는 실전에서 첫 과제인 트리플 악셀-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을 앞두고 도약에서 타이밍을 잃으면서 1회전 반만 돌고 착지하고 더블 토루프 점프를 이어서 뛰었다.

결과는 기본점 9.5점에서 감점까지 당하면서 1.10점에 그치고 말았다.

급격하게 경색된 아사다는 레이백 스핀과 스파이럴까지 레벨 3에 그치고 더블 악셀도 가산점을 따내지 못하면서 자신의 역대 최고점인 75.84점에 한참 못 미치는 58.96점을 따내는 데 만족해야 했다.

김연아는 18일 새벽 치러지는 프리스케이팅을 통해 이번 시즌 첫 금메달과 더불어 무려 6개 그랑프리 대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파리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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