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뒀던 두산이 휘청거리고 있다.

SK와 플레이오프에서 먼저 2승을 거두며 신바람을 냈지만 곧바로 2패를 당하며 궁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중심타선의 파괴력이 약해진 게 이유 중의 하나다.

롯데와 준플레이오프에서 맹활약한 김동주(33), 김현수(21)의 방망이가 나란히 침묵하고 있다.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인 김동주는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안타 한 개를 뽑는데 그쳤다.

11일 열린 4차전 3회 중전안타를 쳤지만 앞선 1회 1사 2, 3루에서 3루 땅볼을 치면서 득점 기회를 날렸다.

1~3차전에서는 아예 한 개의 안타도 치지 못했다.

13차례 타석에 들어섰으나 볼넷 4개만 골랐을 뿐 나머지는 범타로 물러났다.

플레이오프 전체 성적은 12타수 1안타.
김현수도 사정은 비슷하다.

4차전 3회에 친 우전안타는 플레이오프에서 두 번째로 뽑아낸 안타였다.

4경기 타율은 0.143(14타수2안타)에 불과하며 타점도 단 한 개만 수확하는 등 '타격 기계'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초라한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급기야 4차전에는 고영민에 밀려 타순이 3번에서 5번으로 내려앉았다.

반면 둘은 준플레이오프 때는 펄펄 날았다.

김동주는 타율 0.462를 때리며 7타점을 올렸고 김현수도 타율 0.538에 2홈런, 3타점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둘의 활약은 두산이 롯데에 1패를 당하고 나서 내리 3승을 한 밑바탕이 됐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SK 투수를 만나 고전하고 있다.

특히 김현수는 2007~2008년에도 SK를 만나 죽을 쒔다.

플레이오프에서는 타율 0.500(2007년), 0.333(2008년)으로 잘 쳤으나 SK와 한국시리즈에서는 타율 0.238(21타수5안타, 2007년)와 0.048(21타수1안타, 2008년)로 맥을 추지 못했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김현수에 대해 "타구의 질은 나쁘지 않다"며 "언젠가는 해 줄 것"이라고 말은 했지만 답답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결국 김현수는 심리적 부담을 떨치지 못해 부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SK라고 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미련을 남기지 않는 스윙을 하겠다"고 다짐했으나 생각만큼 홀가분하게 경기에 나서지는 못하는 셈이다.

또 김동주, 김현수의 방망이를 헛돌게 한 데는 SK의 정교한 전력분석도 한 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전력분석을 바탕으로 SK 투수들은 둘의 타격 습관과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범타를 유도하고 있다.

마운드가 부실한 두산으로서는 주포의 방망이와 테이블세터의 발에 기댈 수밖에 없다.

특히 김동주, 김현수의 방망이가 깨어나야 지난 2년 동안 한국시리즈에서 패배를 안긴 SK에게 설욕전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