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9회 연속 우승 도전..전자호구.차등점수 도입

'국기(國技)' 태권도의 체급별 세계 최강자를 가리는 2009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오는 14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막을 올린다.

남녀 각 8체급에 143개국, 1천11명(남 604명, 여 407명)의 태권전사들이 출전해 코펜하겐 발러룹 슈퍼 아레나에서 닷새간 열전을 벌인다.

남자 19회, 여자 12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까지 5회 연속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살아남은 태권도가 세계인의 격투 스포츠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일종의 시험을 치르는 무대이다.

'재미없고 판정시비가 끊이지 않는 종목'이라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전자호구와 즉석 비디오판독 시스템, 차등점수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어려운 세계 타이틀 =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 16명 중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여자 62㎏급 임수정(수원시청) 한 명뿐이다.

한국은 베이징올림픽에서 남녀 4체급 금메달을 싹쓸이했지만 황경선(고양시청), 차동민(가스공사), 손태진(삼성에스원) 3명은 지난 5월 국내선발전에서 탈락했다.

여자 49㎏급 우징위(중국), 여자 73㎏급 마리아 에스피노사(멕시코) 등을 빼면 다른 나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자국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태권도 선수층이 두터워졌다는 뜻이다.

따라서 남자부 19회 연속 종합 우승을 노리는 종주국 한국 선수단도 가시밭길을 헤쳐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07년 베이징대회에서 한국 남자팀은 8체급에서 금메달 1개를 수확하는데 그쳤다.

그 대회에선 8개국이 금메달 하나씩을 나눠 가졌다.

한국은 2008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이란에 종합우승을 내주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태릉선수촌 개선관에서 미디어데이 행사를 가진 태권도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이를 의식한 듯 '금메달 몇 개를 목표로 한다'는 구체적인 출사표를 내놓지 않았다.

이번 대회가 어느 때보다도 '수성'이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탈리아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하고 12일 결전지에 들어가는 대표팀은 출국 전 일부 선수가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아 훈련에 차질을 빚었다.

다행히 완치소견을 받아 대표선수 교체 없이 대회에 출전한다.

◇'안면 공격'에 승부수 = 남자대표팀 박종만(가스공사) 코치는 "상단(안면) 차기에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몸통 득점의 경우 기본 1점을 주되 뒤차기, 돌개차기 등 회전기술이 동반되면 2점을 주고 안면 득점은 뒤후려차기 등 회전이 걸리거나 내려찍기 등이 적중해 타격이 크면 3점을 준다.

3점은 정상급 태권도 선수들이 팽팽한 겨루기를 벌일 때 사실상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점수다.

웬만큼 뒤지고 있더라도 단숨에 역전이 가능하다.

박 코치는 "스피드에서는 우리 선수들이 유럽, 아프리카, 중동세에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스피드에서 앞선다면 순발력이 필수적인 안면 공격이 유리하다"고 전망했다.

역시 이번 대회부터 도입되는 전자호구는 어느 쪽에 유리할지 속단하기 어렵다.

전자호구는 지난 6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F) 월드컵단체선수권대회에서 집중적인 실험을 거쳤다.

정확히 골반을 틀어서 가격하지 않으면 점수가 올라가지 않는 면도 있다.

앞차기보다는 뒤차기에 유효타가 많이 나올 수 있다.

즉석 비디오 판독은 한 코치가 한 차례 항의해 받아들여지면 두 번까지 제기할 수 있다.

주로 안면과 주먹 공격의 판정시비를 없애려고 도입됐다.

◇로페스 형제 '가문의 영광' 또 통할까 = 1970년대 니카라과에서 이주해 미국에 정착한 로페스 가문이 이번 대회에도 둘째 스티븐과 셋째 마크를 내보낸다.

로페스 가문은 2005년 마드리드 대회 때 삼남매인 스티븐, 마크, 다이애나가 금메달을 싹쓸이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맏형 진 로페스는 미국대표팀 코치였다.

그 대회에서 세 명이 모두 한국 선수를 제압해 '코리언 킬러'라는 별명도 붙었다.

스티븐 로페스는 전무후무한 세계선수권대회 5연패에 도전한다.

남자 80㎏급에 출전하는 스티븐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세계선수권대회를 4연패했다.

2000년과 2004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스티븐은 작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동메달에 그쳤다.

세계선수권대회 4연패 기록은 스티븐과 1982, 1983, 1985, 1987년 세계대회를 휩쓴 정국현 한국체대 교수가 갖고 있다.

남자 54㎏에 출전하는 최연호(가스공사)는 2001, 2003, 2007년에 이어 대회 4번째 금메달에 도전한다.

◇한국 대표팀 명단
△남자부 = 54㎏급 최연호(가스공사), 58㎏급 김두산(수성구청), 63㎏급 염효섭(국군체육부대), 68㎏급 이인규(국군체육부대), 74㎏급 김준태(성남시청), 80㎏급 박정호(가스공사), 87㎏급 정영한(제주도청), 87㎏이상급 남윤배(가스공사)
△여자부 = 46㎏급 박효지(한국체대), 49㎏급 최유진(조선대), 53㎏급 권은경(삼성에스원), 57㎏급 이미란(춘천시청), 62㎏급 임수정(수원시청), 67㎏급 박혜미(삼성에스원), 73㎏급 이인종(삼성에스원), 73㎏이상급 조설(우석대)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