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미국프로야구 진출 후 공격과 수비, 주루에서 만능선수로 호평을 받아온 추신수(27.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4일(한국시간) 또 하나의 굵직한 이력을 추가했다.

추신수는 이날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 방문경기에서 이 구장의 상징인 그린 몬스터 11m 벽을 넘는 좌월 투런포로 시즌 20번째 홈런을 쏘아 올렸다.

전날까지 도루 21개를 기록 중이던 추신수는 이로써 아시아 출신 타자로는 역대 처음으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 새 이정표를 세웠다.

올해 메이저리그 전체 선수로는 12번째, 아메리칸리그 선수로는 4번째다.

1901년 창단해 109년째를 맞은 클리블랜드 구단 사상으로는 역대 8번째로 20-20을 이뤘다.

도루하는 4번 타자로 명성을 날렸던 추신수는 시즌 막판 10경기에서 홈런 4방을 몰아쳐 기어코 호타준족의 상징인 20-20을 넘어섰다.

'20-20'은 장타력과 기동력을 동시에 겸비한 선수만이 이룰 수 있는 대기록이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에서 이날까지 달성한 선수가 구단당 1명꼴도 안 되는 12명에 그친 것만 봐도 진기록임을 알 수 있다.

스즈키 이치로(시애틀)도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 마쓰이 가즈오(휴스턴), 후쿠도메 고스케(시카고 컵스) 등 추신수보다 일찍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일본 선수들도 20-20은 해내지 못했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만능선수인 이치로는 톱타자로서 홈런보다 출루와 안타에 신경 쓴 탓에 20-20 클럽에 가입하지 못했지만 나머지 셋은 장타력이 모자라거나 발이 늦어 이 기록에 범접조차 하지 못했다.

추신수는 풀타임 출장에 처음으로 도전한 올해 각별한 기록을 수립해 최고의 한 해를 예약했다.

2000년 시애틀에 입단한 뒤 마이너리그에서 구슬땀을 흘렸던 추신수는 2005년 빅리그 무대를 밟았고 2006년 클리블랜드로 이적했다.

2007년 말 왼쪽 팔꿈치를 수술했고 지난해에는 후반기부터 기용돼 가능성을 인정받고서 올해 붙박이 외야 자리를 꿰찼다.

정확한 타격, 홈런을 펑펑 날리는 장타력, 폭넓은 수비능력, 강한 어깨를 활용한 송구 능력에 주루 센스까지 겸비한 '5툴 플레이어'로서 '가장 저평가된 보석'이라는 평가를 들어온 추신수는 이런 평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음을 성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날까지 타율 0.300(583타수 175안타)을 때렸고 출루율 0.394에 장타율 0.484를 기록했다.

'3할 타율-4할 출루율-5할 장타율'이라는 만능선수가 이룰 수 있는 꿈의 기록에 근접했다.

투수를 했던 강한 어깨를 살려 보살 11개를 잡아내 메이저리그 전체 외야수 중 공동 11위를 달렸다.

수비에서도 팀 공헌도가 절대 적지 않았다.

정규 시즌 1경기만 남긴 가운데 클리블랜드 지역 신문 '플레인 딜러'는 이날 인터넷판에서 '추신수가 홈런과 타점(86개) 팀 내 1위로 시즌을 마칠 것이다.

인디언스의 중심 타자가 될 만한 충분한 힘을 보여줬다'고 높게 평가했다.

추신수는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20홈런에 가까울수록 기록 달성이 어려웠다.

타격할 때 고개를 너무 많이 젖힌다는 코치들의 지적에 따라 볼을 밀어 때리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추신수에게 많은 기회를 줬지만 팀 성적이 나빠 해임된 에릭 웨지 클리블랜드 감독은 "추신수가 20홈런 고지에 올라서는 걸 봐서 기쁘다.

추신수가 이뤄낼 기록이 더 많을 것"이라며 축복을 아끼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