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자프로골프협회(PGA) 챔피언십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의 인기는 애틀랜타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페덱스컵을 놓고 벌이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마지막 대회 투어챔피언십을 하루 앞둔 24일(한국시간) 대회장인 애틀랜타 시내 이스트레이크 골프장에서는 곳곳에서 `YE ?`을 부르며 사인과 사진촬영을 요청하는 갤러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에 8일 연속 내린 폭우로 인한 홍수 탓에 갤러리의 수가 다른 대회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양용은에 대한 인기는 갈수록 확산되는 듯 했다.

특히 대회가 열리는 애틀랜타시내 동부지역이 상대적으로 흑인 인구가 많고, 특히 군부대가 많아 주한미군 근무를 했던 경험이 있는 현지인들이 사인을 요청하는 사례가 상당히 많이 눈에 띄었다.

애틀랜타 시내 포트 맥피어슨 기지에 근무 중이라는 한 흑인 정훈병사는 "몇년전 의정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면서 "타이거 우즈를 꺾고 우승한 양용은은 정말 대단하다"고 강조했다.

대회 안내를 맞은 한 자원봉사자도 `양용은이 몇번홀에서 연습하는지 아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오늘 갤러리들로 부터 양용은의 소재를 찾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고 있다"고 웃었다.

양용은도 하루 종일 연습 라운드를 도느라 피곤하지만 이어지는 사인 요청에 모두 응하며 팬서비스를 했다.

많을 때는 하루에 700∼800차례 사인을 해줬고 지난 한 달 동안 사인만 몇 천번은 한 것 같다는고 양용은은 말했다.

양용은의 매니저인 IMG 박철준 팀장은 "최근 갤러리의 사인 요청 등을 보면서 PGA 일반 대회 우승과 메이저 대회 우승과의 차이를 제대로 실감한다"고 말했다.

양용은이 이날 오후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도중 케니 페리(미국)가 왔다가 먼저 인사를 건네기도 했고, 짐 퓨릭(미국) 등 일부 선수들은 자신들이 주최하는 자선행사에서 경매에 부치기 위해 양용은에게 사인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갤러리들 중에는 애틀랜타에 거주하는 한인은 물론 승용차로 1시간 거리인 에선스시에 거주하는 한인들도 일부러 방문해 양용은을 응원했다.

에선스에서 사업을 한다는 이상무씨(52)는 "골프 황제를 누르고 우승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자랑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 고생하는 한인들에게도 정말 가슴 후련한 우승이었다"면서 "양 선수의 활약상을 보기위해 일부러 왔다"고 말했다.

조지아대학(UGA)에 방문 교수로 재직 중인 이중권 동국대 교수는 "양 선수의 우승으로 제주도까지 미국에 알려질 정도로 정말 한국에 대한 홍보효과가 삼성그룹 이상"이라고 평가한뒤 "페덱스컵을 차지하기는 힘들지 모르지만 투어챔피언십 자체는 우승도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다시 한번 대한남아의 기개를 떨쳐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회가 열리는 이스트 레이크 골프장은 애틀랜타 출신의 전설적인 아마추어 골퍼 보비 존스의 홈 코스로 유명하다.

보비 존스는 1930년 은퇴하면서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을 만들어 마스터스 대회를 창설한 주인공.
올해로 건립 105주년을 맞는 이 골프장은 오랜 역사 뿐 아니라 인근 지역에 대한 후원으로도 유명하다.

골프클럽의 창설 회원들이 그동안 2천만달러를 모금해 인근 다운타운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기부했고, 클럽 운영과 투어 챔피언십 개최에 따른 이익금도 인근 커뮤니티의 저소득층 지원과 취업알선 등에 지원된다.

이날 대회장에는 인근 포트 맥피어슨에 위치한 미국 육군 전력사령부(FORSCOM) 사령관인 찰스 캠벨 대장이 방문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캠벨 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부 참모장 겸 미8군사령관 재직시 `김한수(金韓守)'라는 한국 이름까지 가졌을 정도로 친한파 장성.
골프 클럽은 지난 22일 오전까지 메트로 애틀랜타 일대에 폭우가 쏟아져 대홍수가 발생하자 비상상황에 대비했으나 다행히 배수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 큰 문제는 없었다는 후문이다.

PGA 사무국 직원인 머레이씨는 "이스트 레이크 골프클럽의 경우 폭우가 내려도 바로 잔디 아래로 물이 빠지도록 배수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면서 "일부 페어웨이가 패인곳도 있지만 곧바로 보수해 경기에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애틀랜타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