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등 날씨가 좋지 않아 선두권 선수들도 부진했어요. 3언더파 정도 쳐 '톱10'에만 들자고 마음먹었는데 뜻밖에 경기가 잘 풀렸습니다. 이번 우승으로 신인왕은 물론 '올해의 선수상' 수상의 기회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

7타 뒤집은 '신의 샷' 트리플 크라운 보인다
신지애(21 · 미래에셋)가 14일(한국시간) 미국 아칸소주 로저스의 피너클CC(파71)에서 끝난 미국LPGA투어 'P&G뷰티 NW아칸소챔피언십'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마지막날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뽑아내는 완벽한 플레이를 앞세워 3라운드 합계 9언더파 204타로 공동 1위에 합류한 뒤 연장 접전 끝에 시즌 3승째를 거뒀다. 지난 3월 HSBC위민스챔피언스와 6월 웨그먼스LPGA 이후 3개월 만에 우승컵을 안았다. 미LPGA투어 비회원이었던 지난해 올린 3승까지 합치면 투어 통산 6승째다.

신지애는 이번 대회에서 '파이널 퀸'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1라운드 공동 36위(1언더파)→2라운드 공동 24위(2언더파)→최종라운드 공동 1위(9언더파)→연장전 승리'가 이를 잘 말해준다. 사실 신지애는 1,2라운드까지 제대로 힘을 못써 그를 우승후보로 찍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마지막날 목표도 '톱10' 진입이었다. 하반기 출전한 6개 대회중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공동 8위를 기록한 것이 최고 성적이었을 정도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랬다.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떠난 미LPGA투어의 '톱랭커'임을 다시 입증했다.

7타 뒤집은 '신의 샷' 트리플 크라운 보인다
대회 전까지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와 함께 시즌 2승으로 다승부문 공동 선두였던 신지애는 가장 먼저 3승 고지를 밟아 다승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또 27만달러의 우승상금을 받은 신지애는 시즌 상금이 149만달러로 불어나 크리스티 커(미국 · 137만달러)를 제치고 선두에 나섰다. 올해의 선수부문에서도 랭킹포인트 30점을 보태며 127점으로 1위에 올라섰고,신인왕부문에서는 1위 굳히기에 들어간 상태다. 이 추세라면 한국인 최초의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신인왕 석권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지애는 이날 후반 들어서 5개의 버디 퍼트를 떨어뜨리며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갔다. 신지애는 특히 16번홀(파4)에서 8m거리의 버디퍼트 성공으로 김송희(21)와 함께 공동 선두로 올라섰고,안시현(24)과 유선영(23 · 휴온스)도 치고올라와 한국 선수 4명이 공동 선두에 오르는 상황이 연출됐다. '뒷심'의 신지애는 18번홀(파5)에서 한 타를 더 줄이며 단독 1위로 먼저 경기를 끝냈다. 김송희와 안시현은 타수를 줄이지 못한 반면 유선영이 18번홀 버디로 연장에 합류했다. 여기에 안젤라 스탠퍼드(미국)도 마지막 홀에서 극적인 이글샷으로 연장 막차를 탔다.

18번홀에서 벌어진 연장 첫홀에서는 세 명이 모두 버디를 잡아 긴장감은 여전했다. 두 번째 홀은 15번홀(파3)에서 치러졌다. 신지애는 앞서 플레이한 두 선수가 버디를 놓친 상황에서 4m거리의 버디퍼트를 성공한 뒤 손을 높이 들어 갤러리들의 환호에 답례했다.

신지애 아버지 신재섭씨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지난 주말부터 (지애의) 드라이버샷과 아이언샷이 아주 좋았어요. 원하는 방향대로,본 거리만큼 날아가더라고요. 다만 퍼트가 좀 속을 썩여 이전 쓰던 퍼터로 바꿨다"고 말했다.

한편 신지애는 오는 17일 샌디에이고에서 개최되는 삼성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한 뒤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하나은행-코오롱챔피언십에 참가할 예정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