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LPGA투어에 '세리 키즈'가 있다면,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는 1986년생 '3인방'이 있다. 23세 동갑내기인 김경태(신한은행) 배상문(키움증권) 이승호(토마토저축은행 )가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KPGA투어를 이끌고 있다. 셋 가운데 올 시즌 후반기 첫 대회인 삼성베네스트오픈(총상금 6억원)의 주인공은 이승호다.

이승호는 6일 경기 가평베네스트GC 메이플-파인코스(파71)에서 끝난 대회에서 빼어난 아이언샷과 위기관리 능력으로 7타를 줄인 끝에 4라운드 합계 21언더파 263타를 기록,김경태와 김형태(32 · 테일러메이드)를 5타차로 멀찍이 따돌리고 우승컵을 안았다. 1억2000만원의 우승상금을 손에 쥔 이승호는 배상문을 제치고 시즌 상금(2억1586만원) 랭킹 1위로 올라섰다. 지난 6월 에이스저축은행몽베르오픈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우승이고 프로통산 4승째다. 263타는 KPGA 역대 72홀 최소 타수다.

아마추어 시절 국가상비군을 지낸 이승호는 그동안 프로데뷔 첫 해 3승을 올린 국가대표 출신 김경태나 프로 전향 후 5승을 거두며 이 대회 전까지 시즌 상금랭킹 1위였던 배상문에 비해 덜 알려졌다. 그러나 2006년 KPGA투어에 진출한 뒤 2007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1승 이상씩을 올리며 꾸준한 성적을 내왔다. 2007년에는 일본투어에 진출해 JGTO 신인왕까지 거머쥔 유망주다. 특히 2007년 이 대회에서 프로 첫 승을 올린 것이 자신감을 심어주었고,올해 대회에서도 최종일 김대섭(28 · 삼화저축은행) 김형태 등 만만치 않은 '선배'들을 제치고 우승컵에 입맞춤한 원동력이 됐다.

김대섭 김형태와 함께 14언더파의 공동선두로 4라운드에 나선 이승호는 5~7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고 단독 1위로 앞서나갔다. 13번홀(파4)에서는 벙커샷 실수로 김대섭에게 1타차로 쫓기기도 했으나 14,16번홀에서 송곳 같은 아이언샷으로 추격자들의 기를 꺾었다. 14번홀(파4)에서는 두 번째 샷을 홀 옆 50㎝에 붙여 가볍게 버디를 낚았고,16번홀(파3)에서도 티샷을 홀 옆 2.5m 지점에 떨군 뒤 버디퍼트를 성공하며 2위권과의 간격을 벌렸다. 우승을 확신한 이승호는 17,18번홀에서도 잇단 버디로 팬서비스를 했다.

김경태는 모처럼 2위를 하며 부활 조짐을 알렸고,배상문은 9언더파 275타로 11위를 차지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