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심판은 상당히 고된 직업이다.

매일 3~4시간씩 온 신경을 집중해서 경기를 지켜봐야 한다.

그러다가 한 차례 오심이라도 나오면 온갖 뭇매를 맞는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직업인 셈이다.

최근 국내 프로야구에서 화제를 모은 심판이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회 오석환(45) 차장이다.

오 차장은 1일 잠실구장 두산-한화경기에 나서면서 2천 경기 출장 기록을 세웠다.

현역 심판으로는 최다 출장이다.

1982년 국내 프로야구 출범한 후 2천 경기 이상 출장한 심판은 단 두 명. 오 차장에 앞서 은퇴한 이규석씨가 2001년까지 역대 최다인 2천214경기 출장 기록을 세웠다.

그렇다면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심판 최다 출장 기록은 어떻게 될까.

또 메이저리그 심판과 관련된 흥미있는 기록과 에피소드를 살펴본다.

◇역대 최다 출장은 5천368경기

메이저리그 사상 가장 많은 경기에 출장한 심판은 빌 클렘이다.

'야구 심판의 아버지'라 불리는 클렘은 1905년부터 1941년까지 무려 37년 동안 메이저리그의 내셔널리그에서 심판으로 활약했다.

메이저리그 심판은 1999년까지 양대리그로 나뉘어 운영하다가 2000년 통합했다.

클렘의 총 출장 경기 수는 무려 5천368경기나 된다.

월드시리즈에서도 역대 최다인 총 18년 동안 108경기에서 심판을 봤다.

클렘은 정확한 판정으로 야구계에서 큰 존경을 받았다.

또 스트라이크나 아웃을 판정할 때 손동작을 사용한 최초의 심판으로 알려졌다.

역대 심판 가운데 5천 경기 넘게 출장한 이는 클렘 외에 한 명 더 있다.

2007년까지 활동한 브루스 프로밍으로 5천161경기에 출장했다.

현역 심판 중에서는 에드 몬태규가 4천300경기 이상 나섰다.

1974년 내셔널리그를 시작으로 올해도 메이저리그 심판 K조의 조장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몬태규는 전설적인 타자 피트 로즈가 1985년 타이 콥이 갖고 있던 통산 최다안타 기록을 깰 때 1루심을 맡기도 했다.

2006년 5월28일 배리 본즈가 베이브 루스의 최다홈런 기록을 경신할 때는 2루에서 지켜봤다.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서 3천 경기 이상 출장한 심판은 총 75명이다.

이 중 11명이 현역에서 뛰고 있다.

◇심판 출신 감독부터 부자(父子) 심판까지

오랜 역사를 거치며 숱한 명심판이 배출된 만큼 메이저리그 야구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심판도 있다.

1953년에 뽑힌 클렘 등 모두 8명이다.

메이저리그 사상 가장 어린 나이인 22세에 심판이 된 빌리 에번스도 포함됐다.

에번스는 1906년부터 1927년까지 3천319경기에 심판으로 나섰다.

심판 출신 감독도 5명이나 된다.

조지 모리아티는 1927~1928년 디트로이트의 사령탑을 맡았고, 로드릭 월리스는 세인트루이스(1912~1913년), 신시내티(1937년)를 이끌었다.

하지만 월리스 이후 심판 출신 감독의 명맥은 끊어졌다.

심판 경력을 가진 선수도 30여 명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메이저리그 초창기 이야기이고 1950년대 이후에는 투수 빌 쿤켈(1961~1963년. 뉴욕양키스 등)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심판 가족도 있다.

아버지 헨리에 이어 아들 제럴드도 심판이 된 크로포드 집안 등 다섯 가문이 부자 심판을 배출했다.

1980년대부터 현역에서 뛰는 존 허시벡-마크 허시벡은 형제 사이다.

한편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은퇴한 오카다 이사오가 3천899경기에 출장해 최다 기록을 갖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