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명의 해외파의 호출. 허정무 감독의 최종 선택은?'

A매치 일정을 놓고 날카롭게 맞섰던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숨을 고르고 '상생의 길'을 찾는 가운데 호주와 평가전(9월5일)을 앞두고 대표팀 구성에 골머리를 앓았던 허정무(54) 감독의 숨통이 어느 정도 트였다.

이에 따라 27일 예정된 호주전 대표팀 명단 발표를 놓고 15명에 달하는 해외파 소집 대상 선수 중 누가 '허심(心)'을 잡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정해성 수석 코치와 박태하 코치가 각각 영국과 독일을 돌면서 직접 해외파 선수들의 현재 컨디션을 점검하고 돌아온 만큼 한동안 대표팀과 거리를 뒀던 선수들의 깜짝 발탁도 기대할 만하다.

더구나 프로연맹이 '대표선수 차출 거부'라는 극단적 조치에서 한발 물러설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허정무 감독은 K-리그 구단의 부담을 덜어주고 해외파 기량 점검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해외파 최대화-국내파 최소화' 카드를 들고 나올 공산도 크다.

프로연맹이 축구협회와 갈등을 빚은 근본적인 원인은 A매치 일정 때문이었다.

호주와 평가전 다음날에 곧바로 정규리그 경기를 치러야 해 치열한 순위 경쟁을 펼치는 K-리그 구단들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프로연맹은 곧장 '대표 차출 거부'의 강수를 들고 나왔고, 축구협회는 고심 끝에 10월 예정된 세네갈과 평가전 일정을 바꾸는 방법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이 때문에 허정무 감독은 예정대로 대표선수 소집을 할 수 있게 됐지만 "K-리그에 지장이 없게 대표팀을 운용하겠다"라고 소신을 밝혔던 만큼 이번 호주 평가전은 해외파 총점검에 무게들 두고 K-리그 선수들의 선발을 최소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허 감독은 "15명의 해외파 선수를 모두 뽑지는 않겠지만 월드컵 본선 직전까지는 점검할 필요가 있다"라며 '붙박이 해외파' 외에 그동안 대표팀 선발에서 제외됐던 설기현(풀럼), 차두리(프라이부르크), 안정환(다롄스더), 조재진(감바 오사카), 김남일(빗셀 고베) 등의 재발탁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 가운데 대표팀 합류가 유력한 '올드보이'는 단연 설기현과 차두리다.

허 감독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상황이지만 나이 든 선수들의 경험이 이로울 수도 있다.

좋은 경험을 없앨 수 없다"라고 강조했을 정도다.

허 감독은 특히 "설기현은 대표팀에 필요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팀에서는 부진했지만 프리 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기대를 걸고 있다"라며 설기현의 재발탁에 무게를 뒀다.

또 차두리에 대해서도 "지금 현재 모습이 더 좋다"라며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꾼 부분에 대해 후한 점수를 줬다.

차두리는 오른쪽 풀백 요원으로서 오범석(울산), 최효진(포항) 등과 더불어 좋은 옵션이 될 것이라는 게 대표팀 코치진의 판단이다.

그러나 안정환과 조재진, 김남일의 대표팀 복귀 여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박주영(AS모나코)이 팔꿈치 탈골로 최근 치료를 받았고, 최근 이동국(전북)을 테스트해봤던 만큼 안정환과 조재진을 통해 새로운 '백업 요원'을 시험해볼 공산도 크다.

다만 김남일은 수비형 미드필더에 조원희(위건)와 김정우(성남)가 자리를 확고히 다지고 있어서 허 감독의 러브콜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