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골프장에 간 이후 28년간 주 1회 이상 라운드를 하고 있으며 톰 왓슨,닉 팔도와 동반 플레이를 한 적이 있고 지금도 매일 500개의 연습볼을 치는 이가 있다. 이쯤 되면 골프에 '중독된' 마니아라 할 만하다. 시뮬레이션골프업체 '쓰리트랙골프'(3trakgolf.com)의 정동일 대표(41)가 그 주인공.

미국에서 태어난 정 대표는 1981년 의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필라델피아 인근 드라이빙레인지(골프연습장)에 처음 갔다. 그 이후 수업을 마치고 저녁시간을 이용해 2개월간 연습한 뒤 그해 11월 머리를 올릴 때 115타를 쳤다.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에도 연습장에 갈 정도로 열심이었다. "작은 볼을 쳐서 멀리 날리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 추운 겨울 연습장을 찾은 골퍼는 저를 포함해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80대 중반,3학년 때 핸디캡 '7'을 기록하는 수준에 올랐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공부를 마친 뒤 연습장으로 직행하는 일과를 반복했다. 시카고의 노스웨스턴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석사 과정(경제학과)에 다닐 때도 1주일에 3~4회 비용이 저렴한 퍼블릭(대중) 골프장을 드나들었다.

UBS증권에 입사한 뒤에도 골프 사랑은 이어졌다. 페블비치 · 세인트앤드루스 · 턴베리GC 등 내로라하는 골프장은 다 가봤다. 특히 1998년 골프 클럽을 비교 · 분석하는 클럽스테스트닷컴을 취미로 운영하면서 아담스골프가 후원하던 왓슨,팔도와 라운드를 하게 됐다. "당시 너무 떨려 퍼트가 엉망이었어요. 제가 87타를 쳤고 2언더파를 기록한 왓슨이 3오버파의 팔도를 앞질렀죠."

그는 "볼링 등 다른 운동은 만점이 있지만 골프는 완벽이 없고 다가가면 또 다른 경지가 나타나는 게 매력"이라며 "US미드아마추어대회 커트를 통과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그가 골프를 잘 치는 비결은 뭘까. 그는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셋업과 그립을 들었다. 특히 드라이버나 아이언샷 때 아마추어 골퍼들이 클럽이 아닌 몸을 목표 방향과 맞춰 볼이 주로 오른쪽으로 날아간다고 지적했다. 제대로 된 그립도 실력 향상의 지름길이란 게 그의 주장이다. 대부분의 골퍼는 왼손은 왼쪽으로 돌리고(위크 그립),오른손은 오른쪽으로 돌려서(스트롱 그립) 두손이 서로 싸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왼손과 오른손이 평행을 이루게끔 나란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드라이버 샷 거리를 늘리는 비결로는 스윙 아크를 최대한 크게 하기 위해 왼팔을 가급적 쭉 펴고,다운스윙 때 팔보다 몸이 먼저 이동하며,클럽을 던져줘야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모든 퍼트는 직선 퍼트라는 사실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홀은 잊어버리고 가상의 목표 지점을 향해 직선으로 퍼트를 하는 동시에 스트로크 스피드로 거리를 맞추면 퍼트 실력이 크게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