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37 · 테일러메이드 · 사진)이 메이저우승 감격을 뒤로 하고 다시 신발끈은 조여맸다. 지난 17일(한국시간) USPGA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뒤 1주일간 텍사스주 댈러스에 새로 마련한 집에서 머무른 양용은은 27일 밤 시작하는 미국PGA투어 플레이오프 첫 대회 '더 바클레이스'에 출전한다.

이 대회에는 타이거 우즈,필 미켈슨등 강호들이 총 출전한다. 24일 대회장인 뉴저지주 저지시티로 향한 양용은을 전화로 만났다.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큰 대회에서 우승하면 목소리부터 달라지고 통화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보통이지만,양용은은 그의 플레이 스타일처럼 차분했다. USPGA챔피언십 이전과 지금 달라진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인터뷰를 많이 하고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점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아시아 선수로는 첫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챔피언이 된 '사건'의 주인공인 데도,그는 플레이할 때 직전 실수나 스코어는 금세 잊어버리듯 메이저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는 자세를 보였다.

그는 10월 중순 신한동해오픈에 초청선수로 출전하는데 그 일 역시 USPGA챔피언십 우승 전에 확정된 것이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고 귀띔했다.


◆연습량 충분치 않지만 자신있다

양용은은 연습을 많이 하는 선수는 아니다. 필요한만큼 하고 남는 에너지는 비축하는 타입이다. 우승직후 메인스폰서인 테일러메이드 본사(샌디에이고)에 가 인사도 하고,집들이(6월11일 팜스프링스에서 댈러스로 이사) 겸 우승 축하파티도 하는 등 한 주를 분주하게 보냈다. 연습량이 평상시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폴 로리(브리티시오픈),김주연,힐러리 런키(이상 US여자오픈) 등 큰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성적이 변변치 않은 선수를 많이 보아온 터라 걱정이 돼서 물었다. 그랬더니 "연습을 조금밖에 못했다. 그렇지만 자신있다. 골프는 연습도 중요하지만,워낙 변수가 많지 않은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우즈와 다시 만나도 겁 안난다

미국 스포츠사이트 'msnbc.com'의 설문조사 결과 양용은의 USPGA챔피언십 우승은 올해 4대 메이저대회중 브리티시오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은 명승부였다. 아시아인 최초의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점 외에도 '메이저 불패'의 우즈를 꺾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바클레이스에서도 양용은-우즈의 맞대결 가능성이 있다.

양용은은 그에 대해 "좋다. 우즈와는 함께 치고 싶지 않지만,조편성이 그렇게 되면 편하게 치겠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그가 우승직후 "우즈가 나를 때리는 것도 아닌데 두려워할 것이 무엇인가"라고 말했던 것처럼 여느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편안한 마음으로 임하겠다는 것이다. 대단한 강심장이다. 양용은은 그전부터 우즈를 만나면 "하이!"라고 말하고 우즈도 "하이 Y!"라며 대꾸하는 등 서로 수인사를 한다고 전했다.


◆'톱10'에 한두 차례 더 들고 싶다

"자신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양용은은 "특별한 강점이 없다"고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 얼마 남지않은 올시즌 목표를 밝혔다. "플레이오프 4개 대회 가운데 한두 차례 '톱10'에 들고 싶다. " 플레이오프가 끝난 뒤 양용은은 프레지던츠컵(미국-인터내셔널 팀대항전)에 출전한다. 한국선수로는 최경주에 이어 두 번째 출전이다.

양용은은 "첫 출전이어서 그런지 떨리기도 하고 기분도 좋다. 대륙의 자존심이 걸린 대회에 대표로 뽑혔기 때문에 자부심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그를 미국무대에 연착륙하도록 도와준 선배 최경주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안드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 어차피 모든 선수들은 우승하고자 대회에 나가지 않는가. 내가 먼저 메이저 타이틀을 땄을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