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 우사인 볼트(23.자메이카)가 바통 터치에서 아찔한 장면을 연출해 자칫하면 3관왕 달성이 수포로 돌아갈 뻔했다.

23일 오전(한국시간)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열린 제12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400m 계주 결승에서 볼트는 자메이카 릴레이팀의 세 번째 주자로 나서 특유의 폭발적인 주법으로 곡선주로를 질주했으나 마지막 주자 아사파 파월(27)에게 바통을 넘겨줄 때 어색한 장면을 보여줬다.

파월에게 미리 바통을 내밀었어야 했지만 동작이 늦었고 하마터면 둘이 부딪힐 뻔했던 것.
자메이카를 대표하는 두 스프린터는 그 짧은 순간에도 바통을 떨어뜨리지 않고 안전하게 주고받는 데 집중했고 결국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세운 세계기록(37초10)에 못 미치는 37초31로 레이스를 마쳤지만 우승 전선에는 이상이 없었다.

이미 100m와 200m에서 각각 9초58, 19초19라는 세계신기록을 세우고 우승상금 6만달러씩 외에 세계신기록 보너스로 10만달러씩 총 32만달러를 챙긴 볼트는 이날 또 세계신기록을 세웠다면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을 수 있었지만 3관왕의 위업을 달성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볼트는 실제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던 지난 17일과 21일에는 양팔을 뻗어 하늘을 찌르는 특유의 세리머니로 금메달을 자축했지만 이날은 몸짓 대신 동료와 포옹하는 것으로 기쁨을 대신했다.

신기록은 놓쳤으나 볼트는 빛나는 명예를 얻었다.

역대 단거리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모두 3관왕을 달성한 선수로 기록됐다.

최초로 100m와 200m 세계신기록을 동시에 보유한 선수라는 영예를 넘어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육상의 역사를 새로 썼다.

또 자메이카가 남녀 단거리 6개 종목에서 여자 200m를 빼고 미국에 모두 승리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해냈음은 물론이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100m와 200m, 400m 계주, 멀리뛰기에서 4관왕에 올랐던 '영웅' 제시 오웬스(미국)가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73년 만에 환생했다는 영웅적인 찬사를 받았다.

(베를린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