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에 빠진 한국 마라톤이 고(故) 손기정 선생의 얼이 살아 있는 독일 베를린에서 회생의 돌파구를 모색한다.

지영준(경찰대) 이명승(삼성전자) 황준현 육근태(이상 한국체대) 이명기(국민체육진흥공단) 등 5명으로 구성된 남자 마라톤팀은 23일 오후 6시15분(한국시간)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을 출발해 출발 지점으로 돌아오는 제12회 세계선수권대회 경기에서 단체전 메달에 도전한다.

5명 중 지난 4월 대구 국제마라톤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린 지영준이 2시간8분30초로 가장 기록이 빠르나 2시간4~5분대를 뛰는 선수가 많이 출전한 까닭에 이번 대회에서 개인 입상은 어렵다.

다만 상위 세 선수의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매기는 단체전에서는 은메달을 땄던 2년 전 오사카 세계대회에 이어 메달을 노려 볼 만하다는 게 대한육상연맹의 전망이다. 비록 번외 경기이나 마라톤 단체전은 똑같이 메달도 주고 주 경기장인 올림피아슈타디온에 국기가 올라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생이 금메달을 땄던 바로 그 장소이기에 대표선수들의 각오도 남다르다.

한편 미국의 사냐 리처즈(24)는 19일 새벽 벌어진 여자 400m 결승에서 49초00초를 찍어 셰리카 윌리엄스(자메이카 · 49초32)를 제치고 올 시즌 가장 빠른 기록으로 정상을 밟았다.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단거리 3관왕에 도전 중인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이날 남자 200m 준준결승에서 20초41을 찍고 무난히 준결승에 올랐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