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우승 지켜보며 감격의 눈물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꺾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의 아버지 양한준(64) 씨와 어머니 고희순(66) 씨는 17일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뻐서 하늘을 날고 싶다"고 말했다.

양 씨 부부는 이날도 여느 때와 같이 오전 3시에 일어나 정화수를 떠 놓고 기도를 한 뒤 TV를 켜고 골프채널에 고정한 뒤 마지막 라운드에 나선 아들의 경기를 모두 지켜봤다.

부부는 가슴을 졸이며 관전하다 양 선수가 14번홀에서 이글을 잡고 역전을 하자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양 씨는 "이 좁은 제주도에서 태어난 용은이가 70번이나 우승을 했다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이겼다는 것이 더욱 감회가 깊다"며 기뻐했다.

그는 "앞으로도 건강하고 승승장구하면 더욱 더 좋겠다"며 "전 국민과 제주도민들, 친족분들이 다 성원해주신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와서 그에 대한 보답을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또 "처음에는 용은이가 골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용은이가 데리고 간 제주시에 있는 골프용품점 사장으로부터 '용은이는 제주도에서 일등이니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용은이는 이걸로 밥 먹는다'는 말을 듣고 그 때부터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긴다고 하듯이 (용은이가) 조금만 더 여유가 있다면 골프연습장을 차려서 후배 양성을 했으면 좋겠다"며 "예를 들어서 60∼70만원 받는 돈을 반으로 내려서 현상 유지만 하고 후배를 양성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어머니 고희순 씨는 "용은의 아버지가 젊었을 때 배구도 하고 씨름도 하는 등 운동을 했었는데 용은이가 아버지를 많이 타고 난 것 같다"며 "골프를 하는 줄도 모르게 골프를 했고 농사만 짓다 보니 도움도 못 줬는데 이번에 우승을 해서 너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고 씨는 "어렸을 때는 공부는 잘 안하고 개구리나 잡으러 다니며 노는 데만 신경을 쓰는 개구쟁이였다"며 "아직 전화통화도 못했다.

옆에 있으면 안아주고 싶지만 멀리 있어서 그러지도 못하고 안타깝기만 하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아버지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기도를 하고 TV를 보게되어도 골프채널만 본다"며 "용은이의 경기가 있을 때는 징크스가 있다며 집안 식구들에게 달걀도 먹지 말라고 하고 아버지는 수염도 깎지 않는 등 정성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양 선수의 부모들은 친족과 마을 주민들의 축하 전화가 걸려올 때마다 "고맙다.

여러분들이 도와준 덕분이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양 씨의 집에는 둘째 딸 부부와 주민 4∼5명이 찾아와 오후 2시가 넘도록 재방송되는 양 선수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며 담소를 나누었으며,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과 민주당 김재윤 의원 등 도내외 주요 인사들의 축전과 전화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양 씨 부부는 주민과 친지들을 초청해 잔치를 벌이기로 했다.

양용은은 3남5녀 중 4번째로 태어나 신도초등학교(1984), 무릉중학교(1987), 제주고등학교(1990)를 졸업한 뒤 골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늦깎이로 골프를 시작한지 19년 만에 '골프황제'를 누르고 메이저대회를 정복했다.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kh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