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병 '슬로 플레이' 또 도마 위에…
'슬로 플레이'가 또 도마에 올랐다. 슬로 플레이는 프로나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골프계의 고질이다. 플레이가 지체되면 라운드의 즐거움이 반감되는 것은 물론,골퍼들은 리듬이 깨져 피해를 보기 일쑤다. 그래서 골프규칙에서조차 플레이가 부당하게 지연될 경우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다.

◆슬로 플레이 논쟁 발단은

지난주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최종 라운드.챔피언조였던 타이거 우즈-파드리그 해링턴이 16번홀에 다다를 즈음 한 경기위원이 '플레이가 17분이나 지체됐다'며 두 선수에게 경고를 주었다. 위원이 스톱워치를 들고 뒤따른 탓인지 해링턴은 그린 주변 러프에서 터무니없는 샷을 날린 끝에 트리플보기를 범하며 우즈에게 역전당했다.

경기 후 우즈는 "마지막날 명승부를 펼치고 있는 선수들에게 스톱워치를 갖다 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우회적으로 경기위원을 비난했다. 그러자 AP통신이 "위원을 비난한 우즈에게 미국 PGA투어에서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보도하는 등 사태가 확산될 조짐을 보였다. 벌금 부과 건은 투어 측에서 부인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슬로 플레이에 대한 경각심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고질병 '슬로 플레이' 또 도마 위에…
◆슬로 플레이와 그 페널티는

규칙 6-7에는 '플레이어는 부당하게 플레이를 지연시키면 안 된다. 위원회가 속도 지침을 정한 때에는 그것을 따라야 한다'고 돼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스트로크플레이에서는 2벌타가 주어지고,또다시 위반하면 실격이다. 상당히 중한 벌이다.

대부분 투어에서는 플레이 속도에 대한 로컬룰을 제정,적용하고 있다. 미 PGA투어의 경우 같은 조 중 첫 번째 샷을 하는 선수에게는 60초를,두 번째 세 번째 선수는 40초를 부여한다. 위반 시 먼저 경고를 주며,두 번째 위반할 경우 1벌타와 함께 5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1982년 딜라드 프루잇이라는 선수가 벌타를 받은 이후 최근까지 슬로 플레이로 벌타를 받은 선수는 없다.

날씨,처한 상황,전체적인 흐름 등을 감안해 가능하면 페널티를 주지 않는다는 방침인 것.그렇기 때문에 이번 우즈-해링턴 사례는 더 이례적으로 보인다.

미 LPGA투어는 슬로 플레이에 대해 자주 벌타를 부과한다. 브라질 교포인 안젤라 박은 지난해 SBS오픈에서 슬로 플레이로 2벌타를 받았다. 박세리 김미현 한희원 등도 미국 진출 초기 슬로 플레이로 벌타를 받은 적이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레이크사이드여자오픈에서 이창희가 첫 퍼트에 1분42초,두 번째 퍼트를 하는 데 52초가 걸렸다고 하여 1벌타를 받았고 신지애 등 19명이 무더기로 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

◆아마추어 골프의 현실은

아마추어 골프 세계에서도 슬로 플레이는 동반자뿐 아니라 뒷조 골퍼들에게도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매홀,매샷 기다려야 하는 것은 물론 그로 인해 뒷조 골퍼들은 일몰에 걸려 18홀을 마치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또 슬로 플레이를 하는 골퍼에게 경각심을 준다고 하여 앞조 골퍼들이 두 번째 샷을 마치자마자 '위협구'를 날리는 일도 있다. 그로 인해 앞뒤조 골퍼들이 얼굴을 붉히고 폭행으로까지 번지기도 한다. 한 골프계 인사는 "연습 스윙을 두세 차례 하거나,샷을 한 뒤 느릿느릿 이동하는 일,그린에서 필요 이상으로 라인을 살피는 행동 등이 슬로 플레이의 주요 원인"이라며 "앞조 골퍼들이 사정권에서 벗어나면 곧바로 샷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