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세계는 냉혹하다.

오로지 실력으로만 자신의 몸값이 결정된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6일 마감한 실업축구 내셔널리그 추가선수등록 명단은 프로 무대의 냉혹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실업축구연맹이 발표한 추가선수등록 명단을 들여다보면 총 61명이 소속팀을 바꾼 가운데 이 중 11명이 K-리그를 떠나 내셔널리그로 둥지를 옮겼다.

1부 리그에서 2부 리그로 강등을 맛본 셈이다.

후반기부터 내셔널리그에서 뛰게 된 K-리그 선수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전남 드래곤즈와 경남FC를 거치면서 측면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박종우(30)다.

2002년 전남에 입단하면서 프로에 입문한 박종우는 지난 시즌까지 7시즌을 뛰면서 198경기에 나서 9골 17도움의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어느덧 30세에 접어든 박종우는 올해 '젊은 피 등용'을 외친 조광래 경남 감독의 방침에 따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고, 부상까지 겹치면서 올해 단 1경기만 출전한 채 벤치 멤버로 빠졌다.

결국 박종우는 새로운 축구인생을 찾으려고 이적을 선택했고, 내셔널리그 강호 울산 현대미포조선 유니폼을 입게 됐다.

제자를 떠나 보낸 조 감독의 마음도 편치 않지만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선수를 계속 데리고 있을 수 없는 게 현실. 조 감독은 "내셔널리그에서 실력을 가다듬고 K-리그 무대에 재도전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K-리그 감독들도 내셔널리그의 유망주를 계속 관찰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내셔널리그에서 파격적으로 K-리그 재입성에 성공한 선수도 있다.

예산FC에서 뛰다가 이번에 울산 현대에 스카우트된 한상민(24)과 강릉시청에서 제주 유나이티드로 옮겨간 박경삼(31)이 대표적이다.

한상민과 박경삼은 각각 수원 삼성과 울산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지만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한 채 내셔널리그로 이적했다가 절치부심 끝에 K-리그에 재입성한 케이스다.

한상민을 영입한 김호곤 울산 감독은 "후반기 정규리그를 앞두고 팀 스카우트에게 내셔널리그 선수들을 발굴하라고 지시했다"라며 "경기를 지켜본 스카우트가 지목해서 영입한 선수"라고 설명했다.

김호곤 감독은 "프로 경험이 있어서 드래프트도 필요 없고 연습경기를 시켜본 결과 기량도 좋아서 백업요원으로 발탁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K-리그 선수들도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기량을 정확히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오히려 2군에서 뛰는 것보다 내셔널리그로 가서 기회를 잡는 게 낫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내셔널리그에서 폭발적인 활약을 바탕으로 K-리그에 입성한 선수 가운데 가장 성공한 케이스는 강원FC의 스트라이커 김영후(26)가 단연 최고로 손꼽힌다.

내셔널리그에서 득점왕으로 자리를 굳혔던 김영후는 올해 K-리그에서 20경기에 출전해 10골 5도움의 놀라운 활약으로 유력한 '늦깎이' 득점왕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