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20.단국대)이 남자 자유형 400m 예선 탈락에 이어 자유형 200m에서도 결승 진출에 실패한 데 대해 수영 관계자들은 "부담감이 너무 컸고 휴식이 적었던 때문인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박석기 전 국가대표 수영 감독은 28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우리는 모든 시합에서 박태환이 우승해야 한다는 공식을 가진 것 같다"며 심리적 부담감을 박태환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박 감독은 "다른 수영 선진국을 보면 올림픽이 끝나면 다음 올림픽에 대비하면서 그 사이 대회에는 기록 경신 등을 목표로 노력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사마 멜룰리(튀니지)가 이번 대회 자유형 400m에서 은메달을 딴 뒤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서 박태환도 저렇게 대회에 나가서 성적이 아니라 즐길 수 있었어야 하는 데라고 생각했다"라고도 덧붙였다.

박태환도 자신에게 쏟아지는 국민적 관심에 부담감을 많이 느꼈다고 고백했다.

박태환은 이날 200m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나서 "솔직히 베이징올림픽 때보다 두 배 이상 부담이 됐다.

다른 나라 선수와 달리 나는 혼자서 큰 국민적 관심과 기대를 감당해야 해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런 큰 기대에 몸은 잔뜩 긴장됐고 결국 박태환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결승 진출 실패로 이어진 것이다.

박 감독은 "박태환이 400m와 200m에서 부진했다고 남은 자유형 1,500m 장거리 시합에서 이를 만회하려고 전반에 무리하거나 과욕을 부리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번 대회는 런던올림픽으로 가는 중간단계, 과정일 뿐"이라며 "박태환이 힘들게 물살을 헤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이해하고 편안하게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멀리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 씨도 "박태환이 중압감 때문인지 수영할 때 어깨가 한쪽으로 기우는 등 힘이 들어가 보였다"고 말했다.

박태환의 휴식 부족을 문제로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다.

박태환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이 끝난 뒤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경영월드컵을 시작으로 2005년 몬트리올 세계수영선수권대회와 전국체전, 2006년 범태평양수영대회, 도하아시안게임, 2007년 멜버른 세계수영선수권대회,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김봉조 전 국가대표 수영 감독은 "아테네 올림픽에서 실격당한 뒤 3~4달 쉰 것 이외에는 지금까지 휴식이라 부를 만한 시간이 없었다"면서 "훈련 부족이 아니라 오히려 쉬지 않고 달려온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200m 경기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며 "선수가 항상 다 잘할 수 있느냐. 선수가 기계가 아닌 이상 휴식을 충분히 준 뒤 몰아쳐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수영 국가대표로 박태환의 훈련 파트너였던 임남균(22.인하대)은 "오늘 새벽에 경기를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휴식 시간이 너무 짧았고 대회마다 전력투구하면서 모든 힘을 다 뺀 것 같아 보였다"며 아쉬워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