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가을 잔치를 벌이려 했던 한국골프가 골프단체와 타이틀 스폰서간 일정 조율이 되지 않아 반쪽대회로 치러질 처지에 놓였다.

27일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와 대한골프협회(KGA) 등에 따르면 9월과 10월에 예정됐던 KGA가 주최하는 한국오픈, KPGA가 주최하는 한중투어 KEB 인비테이셔널 2차 대회와 신한동해오픈 일정이 제대로 조율되지 않아 같은 기간에 2개 대회가 동시에 열릴 가능성도 생겼다.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한국 골프의 현실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지면 한쪽 대회는 국내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하거나 반반으로 나눠 출전해야 한다.

크나큰 불의의 사고나 천재지변도 아닌 일정을 조율하지 못해 대회가 파행운영된다면 한국골프의 위상마저 크게 실추되는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KGA가 주관하는 한국오픈이 KPGA 투어 신한동해오픈과 일정이 겹치면서 불거졌다.

한국오픈의 공동 타이틀스폰서인 코오롱과 하나은행은 오는 10월15일 대회를 개최하기로 공동 주최측인 KGA와 합의했으나 같은 기간에 KPGA 투어 신한동해오픈 일정이 이미 잡혀버린 것.
신한동해오픈의 타이틀스폰서인 신한은행과 KPGA가 일정 변경에 난색을 표하자 코오롱과 하나은행은 한국오픈 개막을 9월10일로 변경하려 했으나 이번에는 KEB 외환은행 인비테이셔널 2차 대회와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두 대회의 타이틀스폰서와 골프단체들은 "같은 기간에 2개 대회가 열리지 않도록 하자"는 원칙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누가 양보할 것이냐를 놓고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코오롱측은 "10월에 열기로 했던 한국오픈을 9월에 열도록 일정을 바꿨다"며 이번에는 KPGA와 KEB측에서 양보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KPGA는 "투어 일정이 이미 확정된 상황에서 코오롱측이 뒤늦게 일정 조정을 요구해 왔다.

대회가 두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일정을 변경하기가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두 대회의 일정이 겹치면서 선수들도 난감해하고 있다.

143명의 선수가 소속된 KPGA 선수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도규(39)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다.

지금으로서는 어느 한쪽 대회에 출전한다 안한다를 결정할 수 없다.

사태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대회가 열리기 40일 전에는 일정이 확정돼야 하기 때문에 이번 주말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같은 기간에 2개 대회가 열리는 불상사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