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말8초'다. 피서행렬이 집중되는 때다. 주말의 고속도로는 피서차량으로 꽉 막힌지 오래다. 피서지의 콘도 객실은 물론 펜션이나 민박집 방 하나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모처럼 별미를 맛보려고 해도 메뉴판을 쳐다보기가 겁날 정도다. 피서를 한답시고 움직이는 게 고생이고 돈낭비인 시점이다. 경제상황도 불안정하고 갈수록 얇아지는 호주머니 사정 또한 짜증만 더한다.

그렇다고 집안에 틀어박혀 있을 수만은 없다. 나 혼자만이 아니라 오매불망 휴가여행을 기다리는 가족이 있지 않은가. 물론 피서여행은 가족뿐만 아니라 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휴식을 취해야 바쁜 직장생활로 고갈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여행은 다시 돌아올 목적으로 일정 기간 일상생활권을 벗어나는 행위.다른 지역의 문화 및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생활에 변화를 줘 스스로를 재발견하고 정신적 육체적 회복을 꾀하는 일이다. 놀아야 생활의 스트레스를 해독하고 재도약에 필요한 새로운 에너지를 채워넣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행을 하며 노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여행의 목적을 세우고 시간계획을 촘촘히 세우지 않는다면 남는 것은 빈 통장과 피곤함뿐이다.

먼저 어디로 떠날 것인지를 정하는 게 중요하겠다. 해수욕장이라면 동해안 해수욕장이 먼저 떠오른다. 한국관광공사가 올여름 성수기 국내여행 계획을 설문조사(7개 대도시 500명)한 결과 강원도(23.9%)가 여행 목적지로 가장 선호됐다. 특히 동해안 해수욕장이 많이 꼽혔다.

동해안은 해수욕장의 성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성의 화진포해수욕장,동해의 추암해수욕장 등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7번 국도변에 그림 같은 해수욕장이 줄지어 있다. 서해에도 좋은 해수욕장이 많다. 갈음이,신두리,학암포 등 태안의 해수욕장이 보석처럼 빛난다.

남해는 어떻고? 거제 구조라해수욕장,완도 신지 명사십리해수욕장,남해 상주해수욕장 등이 눈에 띈다. 섬여행을 겸한 해수욕도 추천할 만하다. 비금도의 원평하누넘해수욕장,우이도의 돈목해수욕장,비진도의 비진도해수욕장 등이 떠오른다. 제주도의 협재해수욕장과 우도의 서빈백사도 전통의 명품 해수욕장으로 꼽힌다.

계곡도 찾아보자.한여름에도 겨울비처럼 차가운 비가 내린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의령의 찰비계곡,퇴계 이황과 우암 송시열이 그 절경에 반해 머물렀다는 계곡피서의 정석 선유계곡과 화양계곡,그리고 탁족의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는 남원 지리산 자락의 구룡계곡 등이 손꼽힌다. 북한산의 대표 골짜기인 북한산성계곡과 백운동계곡은 서울과 수도권 주민들의 피서 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

농어촌 휴양마을도 피서 목적지로 떠오르고 있다. TV 오락프로그램인 '1박2일'이나 '패밀리가 떴다'에 나오는 유명 연예인들처럼 농어촌 체험을 통해 새로운 감동을 얻을 수 있어서다. 도시와 농촌 간 유대감을 돈독히 하고 자연생태 및 농어촌생활체험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어 좋다. 무엇보다 숙식비용이 싸서 좋다. 강원 평창의 수림대마을은 청정 금당계곡의 절경을 즐길 수 있어 인기.밤이 되면 계곡물 소리와 이름 모를 산새,그리고 풀벌레 울음소리가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는 것 같다는 평이다. 인제 냇강마을,강진 청자골 달마지마을,충북 보은 구병아름마을,충남 아산 한두레마을 등도 각기 특성화된 체험 프로그램을 자랑한다.

차를 몰고 움직이는 게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대안이 있다. 철도여행 프로그램을 주목해 보자.코레일은 철도와 버스를 연계한 여름피서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철도여행 상품을 이용하면 길에서 허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좋다.

동 · 서 · 남해안의 유명 해수욕장과 베스트셀러 여행지를 중심으로 피서 일정을 엮었다. 당일에서 2박3일까지 선택폭도 넓은 편이다. 울릉도 · 독도,홍도 · 흑산도,거문도 · 백도,보길도 등 섬으로 가는 피서열차도 탈 수 있다.

래프팅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기차를 타고 영월로 이동,동강에서 래프팅을 즐기는 당일 프로그램이다. 동강 래프팅을 즐기고 망상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하는 1박 상품도 나와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