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을 잃기 쉬운 계절이다. 밥상을 앞에 두고도 무더위에 짜증만 더할 뿐이다. 입맛을 살리고 기운을 돋워 줄 수 있는 먹을거리는 없을까. 한국관광공사가 여름을 나는 데 좋은 음식과 여행지를 추천했다.

힘이 불끈 갯장어회(전남 여수)

2012년 세계박람회가 열릴 여수는 맛의 고장이기도 하다. 서대회,돌산갓김치,갯장어회(하모회),금풍쉥이구이,생선회,장어구이,굴구이,꽃게찜,한정식,게장백반 등 '여수 10미(味)'가 입맛을 돋운다.

여름이 왔음을 알려주는 갯장어가 보양식으로 손꼽힌다. 뱃삯 1000원을 내고 들어가는 경도에 자리한 갯장어 전문식당이 인기다. 먼저 회.기름지지 않고 담백하며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메뉴판에 '하모유비끼'라고 되어 있는 갯장어 샤부샤부도 빼놓을 수 없다. 갯장어 고기를 팔팔 끓는 육수에 20초가량 담가 데친 다음 간장 소스나 쌈장에 찍어 먹는다. 상추 깻잎 양파에 싸서 먹으면 기름진 맛이 가셔 훨씬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갯장어 샤부샤부를 다 먹으면 육수에 죽을 쒀 준다. 라면 사리를 넣어 먹기도 한다.

서대회도 유명하다. 서대라는 생선을 막걸리를 발효시켜 만든 식초를 넣고 매콤새콤하게 무친 게 서대회다. 동동주 한 잔이 절로 생각난다. 갓김치는 돌산도의 특산물.코끝이 짜릿한 맛이 인상적이다. 여수시청 관광과 (061)690-2036

어부들의 패스트푸드 물회와 회국수(경북 포항)

일출의 고장 포항의 여름은 물회와 회국수가 있어 시원하다. 포항 물회는 어부들이 고기잡이할 때 빨리 한끼 식사를 때울 요량으로 방금 잡은 물고기를 회쳐서 고추장 양념과 물을 넣고 비벼 훌훌 들이마시던 데서 유래된 음식.막 해먹는 듯하지만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그만이다.

물회에는 가자미 광어 도다리 노래미 같은 생선을 주로 사용하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오징어와 한치 해삼 개불 성게 등도 물회의 재료로 훌륭하다. 싱싱한 횟감에 상추 파를 넣고 참기름과 깨소금을 뿌린 뒤 살짝 얼린 육수를 부으면 짜릿한 바다 내음이 전해진다. 물회에 밥을 말아 먹어도 좋다.

회국수는 호미곶 근처 대동배마을이 유명하다. 그날그날 올라오는 싱싱한 횟감이 대동배마을 회국수 맛의 비결.참기름을 바른 국수와 자연산 회 한 접시가 식탁을 장식하고 오이 콩나물 등 야채와 식당마다 색다른 비법의 초고추장을 넣고 비벼 먹는다. 혀에 착착 감기는 면발과 매콤하면서 달착지근한 맛이 좋다. 포항시청 문화관광과 (054)270-2243

절로 침이 고이는 행복한 밥상(경북 울릉)

울릉도 뱃길 여행은 즐겁다. 생각만 해도 침이 절로 고이는 바다 속 별미 때문이다.

도동항에서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걸어 보자.저동항에서 도동항까지 이르는 좌안 산책로가 있고 도동항에서 오른쪽으로 우안 산책로가 있다. 산책길에 만나는 간이 횟집들이 입맛을 다시게 만든다. 바닷가 옆 테이블에 앉으면 울릉도 청정 바다 속에서 방금 건져 올린 먹을거리가 상에 오른다. 물기 촉촉한 미역에 붉은 해삼(홍삼)을 얹고 쥐치 회와 샛노란 성게 알을 얹어 쌈을 싸 먹으면 울릉도의 바다가 한입 가득 찬다. 한 접시 3만~4만원이면 온 바다가 내 것이 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주먹 만한 자연산 홍합에 해초만 넣고 끓인 '홍합탕'이 시원하다. 홍합을 넣어 지은 홍합밥도 별미.홍합밥과 쌍벽을 이루는 것으로 따개비밥이 있다. 따개비는 갯바위나 암초에 붙어 사는 1㎝ 크기의 회갈색 부착 생물로 15분 정도 삶으면 알맹이와 껍질이 분리된다. 알맹이만 골라 밥을 지으면 연녹색의 차진 따개비밥이 된다. 양념장과 김 가루를 듬뿍 얹어 비벼 먹는다. 울릉군청 문화관광과 (054)790-6393

◆푸른 바다의 별미(제주 서귀포)

이국적인 풍경과 잠자리에 먹을거리까지 좋은 휴가 여행지는 없을까. 돈을 많이 들여 해외로 나가지 않는다면 제주도가 대안이 될 수 있겠다. 특히 제주 서귀포를 주목하자.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로 자리물회(사진)를 꼽을 수 있다. 자리물회의 재료는 제주도에서만 잡히는 도미의 일종인 자리돔.7월이 제철이다. 자리돔은 워낙 작은 생선이어서 통째 요리한다. 잔 가시가 씹힐 수도 있지만 먹는 데 거북할 정도는 아니다. 자리물회는 메뉴 이름 그대로 물회다. 갖은 양념에 버무려 된장과 고추장을 푼 찬물에 말아서 나온다. 보목항에 있는 대부분의 횟집에서 자리물회를 저렴하게(1인분 7000원) 맛볼 수 있다. 오분자기 뚝배기와 갈치 요리도 맛있다. 오분자기 뚝배기는 된장의 구수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성게 미역국도 여름철 잃기 쉬운 입맛을 살려 준다. 제주의 갈치는 두툼한 살을 발라 먹는 재미도 좋다. 제주특별자치도청 관광정책과 (064)710-3851

여름 신상 명품 민어회(전남 신안)

깨가 많이 생산된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신안 임자도의 7월은 갓 잡아올린 싱싱한 민어를 맛볼 수 있어 즐겁다. 병어 철이 끝나는 6월 말부터 8월까지가 제철인 민어는 조선시대 양반들이 여름 보양식으로 먹었을 만큼 귀한 음식으로 꼽힌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더해지는 부레살이 민어 중에서도 최고 부위로 알려져 있다. 드라마 '식객'에서도 민어 부레 요리로 음식의 대가를 결정하는 장면이 나온다. 회를 쳐 참기름이나 강된장을 찍어 먹고 얼큰한 매운탕으로 마무리하면 세상 그 누구도 부러울 게 없다. 임자도의 민어는 회와 매운탕까지 한 상에 8만~10만원 정도 한다.

임자도에서 새우젓을 빼놓을 수 없다. 임자도 북쪽에 있는 전장포는 작은 포구지만 전국 새우젓의 60%가 난다. 특히 5~6월 생산되는 새우젓이 맛있기로 유명하다. 신안군청 문화관광과 (061)243-2171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