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창업자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환갑의 나이에 브리티시오픈에서 2위를 차지한 톰 왓슨(미국)으로부터 '한수' 지도받은 인연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23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하계포럼에 참석,'위기 이후 세계경제와 한국경제 과제'란 주제의 강연 서두에서 고 이 회장과 왓슨의 인연을 소개했다.

손 교수는 "1970년대 후반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선수는 왓슨이었다"며 "골프를 좋아하던 이 회장이 미국 지사 직원에게 왓슨과 라운드 일정을 잡으라고 지시했었다"고 말했다.

당시 왓슨은 지금의 타이거 우즈처럼 주가가 높아 여러 차례 부탁한 끝에 약속을 잡는 데 성공했다는 것.

이 회장은 미국의 한 골프장에서 왓슨과 9홀 플레이를 함께하면서 "골프 실력을 늘리려면 무엇을 고쳐야 하는가"라고 여러 차례 물었다. 이에 대해 왓슨은 "라운드가 끝난 뒤 서신으로 말씀드리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회장은 한국으로 돌아온 뒤 왓슨의 답변을 기다렸으나 한 달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었다는 게 손 교수의 전언이다. 결국 미국 지사 직원을 통해 재촉한 끝에 답변을 받았다. 답변은 아주 간단했다. "머리 들지 마십시오."(Don't head up)

손 교수는 "고 이 회장을 가장 존경한다"며 "경제를 운용하는 것도 골프만큼이나 어렵고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