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백주의 결투가 32년만에 재연됐지만 이번에는 톰 왓슨(미국)이 주인공은 아니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에어셔의 턴베리 링크스 에일사 코스를 찾은 수많은 갤러리들은 60세의 노장 왓슨에게 우승자에게 보내는 뜨거운 박수를 보내줬다.

20일(한국시간) 끝난 제138회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에서 왓슨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들뻘 되는 스튜어트 싱크(미국)에게 클라레 저그를 넘겨 줬지만 그가 보여준 투혼은 골프 역사에 또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1949년 9월4일생인 왓슨은 197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뛰어 들어 통산 39승을 올렸고 이 가운데 메이저대회 우승은 여덟차례나 된다.

1999년부터는 시니어투어에서 뛰며 12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젊은 선수들과 기량을 겨루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역대 우승자에게 주는 초청장을 받고 올해 마스터스 대회에 출전했던 왓슨은 "마스터스에는 들러리가 될까봐 더 이상 출전하고 싶지 않다.

완벽한 샷을 날릴 준비가 된 대회만 출전하기로 했고 이번이 그 대회였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왓슨이 이번 대회에서 정규 72홀에 이어 연장전 4개홀까지 보여준 샷은 젊은 선수들의 탄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페어웨이를 놓치지 않는 정교한 티샷과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퍼트, 그리고 온화한 미소까지.
하지만 18번홀(파4)에서 나온 보기는 왓슨이 턴베리의 전설로 남는데 장애물이 됐다.

1타차 선두를 달리던 왓슨은 이 홀에서 8번 아이언으로 친 두번째 샷을 그린을 넘겨 그린 가장 자리에 떨어 뜨렸다.

그리고 이어진 보기.
이 홀에서 파만 지켰다면 왓슨은 브리티시오픈 역대 최고령 우승 기록인 1867년 톰 모리스(스코틀랜드)의 46세99일을 바꿔 놓았을 뿐 아니라 메이저대회를 통틀어 최고령 우승인 1968년 US오픈 줄리어스 보로스(미국)의 48세 기록도 갈아치울 수 있었다.

왓슨은 "9번 아이언을 잡았어야 했다"며 후회했지만 연장전을 치러야 했고 60세의 나이는 4개홀 스트로크 플레이를 더 이상 버텨내지 못했다.

연장 첫번째 홀인 5번홀(파4)에서 1타를 잃고 6번홀(파3)에서 파 세이브에 성공했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17번홀(파5)에서 드라이버샷을 깊은 러프에 빠뜨렸던 왓슨은 "그 때 다리가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깊은 러프에서 한번만에 탈출하지 못한 왓슨은 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적어냈고 다음 홀에서 샷은 승패에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이 60세의 노장은 패배에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안타까워하는 취재진과 갤러리들에게 왓슨은 "이것이 장례식은 아니잖아요?"라며 반문하며 나흘동안 격전을 벌였던 에일사 코스를 떠났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