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最古) 골프대회인 브리티시오픈은 두 가지 충격에 휩싸여 있다. 하나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4)가 2라운드 후 탈락한 것이고,다른 하나는 '노장' 톰 왓슨(이상 미국)이 60세의 나이로 최종일 우승을 다툰다는 것이다. 우즈의 커트 탈락은 그렇다 해도,환갑인 왓슨이 우승하면 골프 역사를 송두리째 갈아치우는 '획기적인 사건'이 된다. 외신들도 왓슨이 2,3라운드에서 선두를 유지하며 우승을 눈앞에 두자 '기적' '역사적'이라는 수식어를 써가며 턴베리에서 눈을 떼지 못 하고 있다.

◆왓슨,골프역사 새로 쓰나

왓슨이 첫날 공동 2위,둘째날 공동 1위에 나설 때까지만 해도 '반짝 기세'라고 평가했던 사람들은 그가 3라운드에서 단독 1위에 오르자 생각을 바꾸지 않을 수 없게 됐다. '60세 우승'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는 브리티시오픈에서 다섯 차례나 우승한 선수가 아닌가.
60세 왓슨의 투혼…'관록샷' 빛났다

왓슨은 19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에어셔의 턴베리GC 에일사코스(파70)에서 속개된 대회 3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4개로 1타를 잃었지만 합계 4언더파 206타로 단독 선두에 나섰다. 왓슨이 우승할 경우 142년 만에 대회 최고령 우승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1860년 시작된 이 대회 최고령 우승기록은 1867년 톰 모리스(스코틀랜드)가 세운 46세99일이다.

4대 메이저대회 최고령 우승기록(1968US오픈 줄리어스 보로스-48세)도 깨진다. 미국PGA투어와 유러피언투어 등 정규 투어 최고령 우승기록(1965레이터그린스보로오픈 샘 스니드-52세)도 마찬가지다. 1974년 웨스턴오픈에서 프로 첫승을 올린 왓슨은 또 우승하게 될 경우 투어 사상 첫 우승과 마지막 우승 간격이 가장 긴(35년) 선수로 남게 된다.

왓슨은 "첫날 내가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렸을 때 사람들은 '웬 노인이 반짝하는군'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둘째날에도 '그런가 보다'라고 했겠지만 오늘은 '저 늙은이가 우승할 수도 있겠는데'라고 생각하지 않겠느냐"면서 "최종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니냐"고 자신감을 보였다.

프로골퍼로는 드물게 대학을 졸업(스탠퍼드대 심리학과)한 왓슨은 미PGA투어에서 39승,챔피언스(시니어)투어에서 12승을 기록한 베테랑이다. 특히 메이저대회 8승 중 5승을 브리티시오픈에서 거뒀고,32년 전인 1977년 턴베리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라이벌' 잭 니클로스를 1타차로 따돌리고 클라레 저그를 안은 바 있다.

그러나 왓슨을 추격하는 선수들도 만만치 않다. 매추 고긴(호주)과 로스 피셔(영국)는 그와 단 1타차다. 사흘 동안 오버파를 치지 않은 리 웨스트우드(영국)와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레티프 구센(남아공)은 2타차 공동 4위에 올라 있고,2003US오픈 챔피언 짐 퓨릭과 최근 상승세인 스튜어트 싱크(이상 미국)도 스코어보드에 빨간색 숫자를 쓰며 최종일 역전을 노릴 태세다.

◆우즈,충격의 탈락

우승 후보 '1순위'였던 우즈는 2라운드합계 5오버파 145타(71 · 74)로 커트라인(4오버파)에 1타 모자라 탈락했다. 2라운드에서도 티샷이 흔들렸고 후반에 나온 더블 보기 2개가 결정타가 됐다. 우즈는 10번홀(파4)에서 티샷이 오른쪽 숲으로 날아가 분실구가 됐고,13번홀(파4)에서도 어프로치샷 실수에 이어 2m가 채 안되는 보기 퍼트마저 놓쳤다. 우즈는 "실수 뒤에 또 실수가 나왔다. 실망스럽다"고 말한 뒤 코스를 떠났다. 우즈가 프로로 전향한 1996년 9월 이후 커트 탈락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메이저대회에서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슬픔에 싸여 있던 2006년 US오픈에 이어 두 번째.최경주(39)와 앤서니 김(24 · 이상 나이키골프)도 나란히 6오버파 146타로 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