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소문이요? 맞긴 맞는 말인데 다 옛날 얘기죠"

13일 딸 지은희(23.휠라코리아)가 최고 권위의 US여자오픈골프대회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한국에서 TV로 지켜본 지영기(54)씨는 오래 전 경기도 가평에서 연습하던 때를 떠올리며 너털웃음을 웃었다.

수상스키 국가대표 감독을 지냈던 지영기씨는 다른 `골프 대디'와 마찬가지로 지은희가 학생 시절부터 캐디백을 메고 다니며 뒷바라지를 했다.

유난히 쟁쟁한 선수가 많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지은희는 프로로 전향한 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무대에서 수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스타로 떠오른 뒤 괴소문(?)이 나돌았다.

경기도 가평이 고향인 지은희가 북한강을 항해 샷을 날렸고 연습공이 다 떨어지면 아버지가 강 속에 뛰어들어 공을 주워왔다는 소문이었다.

지영기씨는 소문의 진위를 묻자 "다 옛날 얘기인데요 뭘.."하면서도 그 소문이 사실이었다고 확인해줬다.

지씨는 "지금은 내가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지만 당시에는 가평에 수상스키장을 운영하면서 딸이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 봤다"며 "물 위에 뜨는 공도 있어 공이 다 떨어지면 강물에들어가서 공을 주워 왔다"고 말했다.

물 위에 띄워 놓은 표지판을 보고 아이언샷을 날리던 지은희는 그래서 아이언샷이 장기가 됐다.

지은희가 미국 무대에 진출한 뒤 한동안 따라다니다가 힘이 들어서 한국에 들어왔다는 지영기씨는 "이번 대회는 아내를 보내 뒷바라지를 하게 했다.

2주 뒤에 열리는 에비앙마스터스 대회에는 내가 따라다닐 차례"라며 웃음을 지었다.

딸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지영기씨는 이번 US여자오픈 우승의 원동력을 드라이버 교체로 꼽았다.

지씨는 "은희의 드라이버 샷은 탄도가 높아 비거리에서 손해를 본다.

전에는 8.5도 드라이버를 썼는데 얼마전 7.5도로 바꿨다.

다행히 새로운 드라이버에 잘 적응해 우승까지 차지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딸의 값진 우승에도 "더 잘해야죠"라며 기쁨을 애써 감춘 지씨는 14일 새벽 귀국하는 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생각에 그동안 애태웠던 마음도 녹아 내리고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