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높은 코스…5명에게만 언더파 내줘
156명 가운데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고작 5명,80타대 스코어를 낸 선수는 무려 32명.첫날 평균 타수는 76.424타(5.424오버파).

세계 여자골프대회 중 코스를 가장 어렵게 셋업한다는 2009US여자오픈에서 선수들은 첫날부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핀은 그린 가장자리 해저드 근처에 꽂히기 일쑤였고,그린 스피드마저 빨라 3퍼트가 속출했다. 373야드로 그다지 길지 않지만 그린 앞에 개울이 흐르는 3번홀(파4) 평균 타수는 4.806타나 됐다. 그 홀에서 대부분 보기나 더블보기를 했다는 뜻이다. 가장 쉬운 홀로 드러난 12번홀(파5 · 길이 555야드)조차 평균 타수가 4.974타였다. 대회 64년 역사상 세 번째로 길게 조성됐다는 코스의 악명이 첫날부터 입증된 것이다.
악명높은 코스…5명에게만 언더파 내줘
그런데도 리더보드 맨 윗자리는 한국 선수가 차지했다. 최나연(22 · SK텔레콤 · 사진)은 10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베슬리헴의 사우컨밸리CC 올드코스(파71 · 길이 6740야드)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3개를 묶어 3언더파 68타를 쳤다. '여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2007년 챔피언 크리스티 커,무명의 진 레이놀즈(이상 미국)에게 1타 앞선 단독 1위다.

그러나 한 번의 실수가 '하이 스코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어서 최나연이 미LPGA투어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일궈낼지는 좀더 지켜보아야 할 듯하다. 이 대회 첫 승을 노리는 오초아는 "결국 이 코스에서는 인내심이 많은 선수가 최후에 웃을 것"이라고 했고,최나연은 "코스가 너무 어려워 매홀 파로 막는다는 생각으로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주 제이미파오웬스코닝클래식에서 프로 첫승을 올린 이은정(21 · 마루망)은 이날 버디는 단 1개도 잡지 못하고 보기 5개와 더블보기 2개를 묶어 9오버파 80타를 쳤다. 그의 총퍼트 수 38개는 이 코스 그린의 굴곡과 경사가 얼마나 심한지를 말해준다.

최나연과 함께 지난해 미국 무대에 진출한 박희영(22 · 하나금융)은 17번홀(파3) 더블보기에도 불구하고 1언더파 70타를 치며 단독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은희(23 · 휠라코리아)와 김영(29)도 이븐파 71타로 공동 6위에 자리잡았다.

미LPGA투어 상금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신지애(21 · 미래에셋)는 주무기인 아이언샷이 뜻대로 되지 않아 기복있는 플레이를 펼쳤다. 3연속 버디를 하는가 하면 3연속 보기도 했고,'핸디캡 1'인 3번홀에서는 두 번째 샷을 물에 빠뜨려 더블보기를 하기도 했다. 1오버파 72타의 공동 12위로 최나연과 4타차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