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스포츠용품 브랜드 나이키가 초등학교나 중학생 축구 선수에게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 비싼 천연잔디 전용 축구화를 마구잡이로 판매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인조잔디나 맨땅에서 주로 뛰는 중학생들은 '천연잔디 전용'이라는 설명을 듣지 못한 채 구입했다가 스터드가 부러지거나 발에 물집이 잡혀 사용하지 못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P중학교 축구부 2학년생인 백모(13)군은 지난달 나이키 `머큐리얼 베이퍼' 시리즈 `Ⅳ FG' 축구화 두 켤레를 구입했지만 이틀 만에 스터드 2개씩 부러져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백군은 교환을 요구했으나 나이키는 "천연잔디용 제품인데 인조잔디에서 사용한 흔적이 보여 제품의 하자로 보기 어려운 만큼 보상처리를 해줄 수 없다"는 판정서를 보내왔다.

나이키는 제품 사용 설명서에 '천연잔디 전용'이 명시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주의 사항은 돋보기를 사용해야 알아볼 수 있는 작은 글씨로 적혀 있고 물건을 팔 때 판매원은 이런 사실을 설명해주지 않았다.

국내 초등, 중등 축구 선수들이 천연잔디에서 뛸 기회가 거의 없어 주로 인조잔디나 맨땅에서 공을 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천연잔디 전용'이라는 설명 없이 판매한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머큐리얼 베이퍼' 시리즈는 초등, 중등 축구 선수들이 우상으로 여기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마드리드)가 광고 모델로 나서 유난히 주니어 선수들이 많이 구입했다.

서울 D중의 김모 감독은 "호날두가 신는 축구화라고 해서 선수들이 많이 신고 있는데 (인조잔디에서 뛰면) 스터드가 잘 부러지고 물집이 잡힌다고 해서 다른 브랜드 축구화로 바꾸라고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군의 아버지 백모(40)씨는 "학생이 사겠다고 해도 판매원은 말려야 하는 것 아니냐"며 "어린 학생들을 이용해 매출만 올리면 된다는 것이 국가대표팀을 후원하는 세계적 기업의 영업 방침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나이키는 "전문매장에선 `천연잔디용'임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지만 일부 판매점이 소비자에게 충분하게 고지를 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