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가 로프트 10도짜리 드라이버를 쓴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현상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4 · 미국)를 비롯 상당수 프로골퍼들이 두 자릿수 드라이버를 쓴다.

올 들어 미국PGA투어에서 3승을 올린 우즈는 두 번째 우승인 메모리얼토너먼트와 지난주 우승컵을 안았던 AT&T내셔널에서 로프트 10도짜리 드라이버를 썼다. 물론 3주 전 열린 US오픈에서도 그 드라이버를 사용했다.

AT&T내셔널에서 우즈에 1타 뒤져 2위를 차지한 헌터 메이한(27)과 2월 AT&T페블비치프로암대회 챔피언 더스틴 존슨(25) 그리고 5월 초 퀘일할로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션 오헤어(27 · 이상 미국)는 한술 더 떠 10.5도짜리 드라이버를 사용했다. "미국PGA투어 프로 가운데 두 자릿수 로프트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톰 스타이트 나이키골프 클럽담당이사의 말에서 보듯 로프트가 큰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일이 하나의 흐름이 되고 있다.

우즈,메이한,존슨,오헤어 등이 두 자릿수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대 중반~30대 초반인 이들은 나이가 많아 볼을 띄우기 어려워서 그런 것도 아니다.

바로 정확성 때문이다. 우즈는 메모리얼토너먼트에서 티샷 페어웨이 적중률이 87.5%에 달했는데 우승 직후 "로프트 10도짜리 드라이버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AT&T내셔널에서는 페어웨이 적중률이 73.2%로 메이한과 함께 이 부문 7위를 차지했다. 프로 데뷔 초기엔 6.5도 그리고 올 시즌 초만 해도 8.5~9.5도 제품을 사용했던 우즈가 아마추어처럼 두 자릿수 로프트의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것은 이처럼 샷 정확도가 예전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우즈는 "3번 우드가 드라이버보다 볼을 똑바로 보낼 수 있는 것은 바로 로프트가 크기 때문"이라며 "내 나이 40이 됐을 때는 로프트 15도짜리 드라이버를 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로프트가 커지면 사이드스핀이 줄어드는 대신 백스핀은 상대적으로 많이 먹는다. 이는 볼을 적당히 뜨게 하지만 거리는 그다지 줄어들지 않으면서 볼이 굽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것.특히 미국PGA나 미국골프협회 등이 갈수록 홀을 타이트하고 좁게 셋업하고 있는데다,내년부터는 러프에서 스핀을 많이 줄 수 없는 웨지(아이언)를 사용하도록 규정이 바뀜으로써 드라이버샷 정확도는 선수들에게 '필수'가 되고 있다.

로프트 10~11.5도짜리 드라이버를 많이 사용하는 아마추어 골퍼들도 음미해볼 만한 대목이다. 이른바 '고수'들이 로프트가 작은 드라이버를 쓰는 것을 보고 '보기 플레이' 수준의 골퍼가 무작정 따라하는 일은 재고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