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4월26일 잠실야구장. 2루에 있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영웅 김태균(한화)이 우익수 앞 안타가 터지자 3루를 돌아 홈으로 돌진한다.

두산 포수 최승환과 부딪히면서 중심을 잃고 뒤통수를 땅바닥에 부딪힌다.

#장면 2. 6월16일 목동야구장. 히어로즈 중견수 이택근은 짧은 뜬공이 날아오자 앞으로 전진한다.

반대쪽에서는 유격수 강정호가 글러브를 내민 채 뒤돌아 뛴다.

그리고 두 선수의 충돌. 공은 잡았지만 이택근은 쓰러진다.

#장면 3. 6월2일 광주구장. 중견수 이종욱(두산)이 뜬공 궤적을 쫓는다.

내야에서는 동료 2루수 김재호가 달려오고 있다.

이종욱의 턱이 김재호의 왼쪽 무릎에 받친다.

이종욱은 그대로 외야 그라운드에 나뒹군다.

야구장이 위험하다.

전광판에는 '파울 볼 조심'이라는 문구가 찍히지만 팬들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특히 올해처럼 유난히 충돌 사고가 잦은 시즌에는 선수들이 예측할 수 없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세 장면의 사고가 일어난 다음 상황은 똑같다.

구장은 다르지만 구급차가 드러누운 선수를 싣고 있다.

선수들 사이의 확실한 콜 플레이와 부상 방지 훈련 등 사고를 예방하는 노력 못지않게 응급처치가 중요하다.

프로야구가 열리는 전국 7개 야구장은 나름대로 응급구호 체계를 갖춰놓고 있다.

◇도상연습..구급차 증설..자체 호흡기까지 = 지난달 13일부터 잠실야구장 1-5문 앞에는 못보던 구급차가 세워져 있다.

원래 정문 앞에 대기하고 있는 구급차에 이어 그라운드 전용으로 한 대가 증강 배치됐다.

목동구장에도 5월14일부터 구급차 두 대가 운영되고 있다.

이택근이 다치자 구급차가 지체없이 외야 그라운드로 들어왔다.

주축 타자 이종욱이 다친 뒤 두산 구단 직원들은 응급처치 시뮬레이션 훈련을 받았다.

두산 관계자는 "머릿속에 알고 있는 것과 실제 사고가 터졌을 때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도 신속히 움직이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급차 동선을 어떻게 유도하고, 목을 다쳤을 경우 어떻게 고정시켜야 하는지 실습 훈련이 진행됐다.

김태균의 충돌 부상 후유증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한화는 최근 간이 산소호흡기를 구매했다.

1,2군 트레이너는 모두 응급처치 교육을 받았다.

◇응급처치는 어떻게 = 잠실야구장 응급 구호를 맡고 있는 ㈜서울응급환자이송단 소속 응급구조사 박영석씨는 "기본적으로 장비는 다 갖춰놓고 있다.

문제는 얼마나 빨리 접근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응급차에는 호흡 곤란을 겪을 때 처치하는 자동제세동기와 휴대용 산소통, 심전도 모니터 등이 있다.

골절에 대비해 플랫 부목과 알루미늄 부목이 있고 들것과 압박붕대, 소독용 멸균거즈 등이 쓰인다.

모든 장비를 갖춘 구급차 한 대 가격은 7천만원 선이다.

야구장 응급 구호팀은 응급구조사와 구급차 기사 2명 등 3인 1조가 많다.

구급차 기사도 응급처치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광주구장에는 의료진 대기실에 인근 한국병원에서 파견나온 당직 의사와 간호사가 기다리고 있다.

모든 구장에는 기본적으로 1급 응급구조사가 경기 때마다 상주한다.

대전구장은 을지병원 구급차가 대기하지만 구장과 병원 사이 거리가 있기 때문에 정말 급할 때에는 인근 병원으로 데려간다.

◇선수-심판-트레이너-의료진 '유기적 협력이 필요하다'= 응급 체계를 100% 완벽하게 갖춰놓더라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면 헛일이다.

특히 급박한 상황일수록 경기장 안팎에서 각 부문을 맡는 인력들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의식을 잃었거나 목, 머리를 다쳤을 때는 트레이너가 먼저 판단할 것이 아니라 곧장 응급구조사와 의료진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주변 동료 선수와 심판도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려줘야 한다.

심판들에게도 응급 구호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기본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최근 몇몇 구장에서는 내부에 쌓여있는 적재물과 다른 차량 때문에 구급차 긴급 투입에 차질을 빚은 적도 있다.

또 경기에 앞서 선수들이 타격연습을 진행하던 중 펜스를 넘어간 타구에 팬이 맞아 다친 사례도 있다.

선수도 연습 도중 강한 타구를 맞는 때가 있다.

경기 시작 전이라 응급 구호 사각시간 임을 감안하면 대책이 필요하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