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간판 선수였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사진)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로 옮기면서 등번호 7번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바비 찰튼,조지 베스트,에릭 칸토나,데이비드 베컴 등 특급스타들이 7번을 달았던 이력 때문이다. 평소 맨유에 뼈를 묻겠다고 말할 정도로 충성도가 높은 웨인 루니가 펠레 마라도나 등 세기의 선수들이 달았던 10번을 고수하겠다고 밝히면서 영국 언론들은 등번호 7번 후보자를 점치는 데 혈안이다.

스포츠 선수들의 등번호에는 스포츠의 역사,규칙,개인사 등이 담겨져 있다. 축구에서는 10번이 전통의 등번호로 꼽힌다. '축구 황제' 펠레 이후 마라도나,플라티니,마테우스,지단,히바우두 등 내로라하는 축구영웅들이 이 번호를 달았다.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맡는 선수들이 10번을 달고 뛰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02 한 · 일 월드컵 때부터 '등번호는 1번부터 23번까지만 사용해야 하며 1번은 골키퍼가 달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통 주전 수비수는 2~6번,공격수는 7~9번을 단다.

배구도 등번호의 범위가 정해져 있다. 국제배구연맹(FIVB)의 복장 규정 3항에 따르면 '선수 상의에 부착된 번호는 1~18번까지여야 한다'고 돼있다. 이 규칙은 국제경기뿐만 아니라 프로 및 아마추어 경기에도 적용된다. 이 때문에 구기종목 중 배구만 영구 결번이 없다. 영구 결번을 만들면 숫자가 줄어들게 되고 엔트리(출전) 선수가 받을 번호가 부족해질 수 있어서다.

미식축구에는 좀 더 엄격한 규칙이 적용된다. 번호를 보면 공격수인지,수비수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공격을 이끄는 쿼터백은 1~19번,러닝백은 20~49번,와이드리시버는 80~89번 등 포지션별로 등번호의 범위가 정해져 있다.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와이드리시버인 하인스 워드의 등번호는 86번이다.

야구는 등번호 규칙이 따로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 개인사에 얽힌 번호가 많다.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 타자로 꼽히는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미국인이 불길하게 여기는 13번을 등번호로 쓰고 있다. 뉴욕 양키스로 옮기기 전까지 3번을 달았지만 양키스에서 3번은 베이브 루스를 기념해 영구결번으로 남아 있다. 미국프로풋불(NFL) 댄 마리노의 팬인 로드리게스는 그가 달았던 13번을 골랐다. 스즈키 이치로(시애틀)의 등번호는 51번.5와 1의 일본 발음 '고'와 '이치'를 합치면 '고(Go) 이치로' 즉 '달려라 이치로'가 된다. 봉중근(LG 트윈스)도 51번을 달고 뛴다. 고교시절 외야수였던 그가 메이저리그의 최고 외야수인 켄 그리피 주니어의 51번을 따라 한 것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